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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도 부인도 ‘BBK 대주주’ 강조해놓고…”
50억 투자 배경 상세히 담겨…수취인 김백준씨 “편지내용 못봤다”
심텍과 세일신용정보 회장이던 전영호씨가 2001년 10월10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측근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에게 보낸 편지엔, 심텍이 이명박 후보의 권유로 비비케이(BBK)에 투자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편지 내용을 보면 “이명박 회장님께서 투자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해(2000년)에 (심텍 사장인 동생 전세호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본인이 비비케이투자자문 회장으로 있다’고 소개”했고, “비비케이투자자문 영업부장인 허민회를 통해 여러 번의 식사 초대를 제의하여 2001년(2000년의 오기) 9월27일 비비케이투자자문 사무실과 중식당에서 미팅을 했고, 이 자리에서도 ‘내가 비비케이투자자문 회장으로 있으며 대주주로 있으니 나를 믿고 투자하면 된다’고 강조”했다고 되어 있다.
“심텍 전세호 사장의 누나인 전영숙씨와 김현옥(이 후보 부인 김윤옥씨의 오기) 여사 두 분의 전화통화 중에 ‘우리 남편이 비비케이투자자문 대주주로 있고 투자를 하고 있으니 마음놓고 투자해도 좋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는 부분도 있다. 또 “이명박 회장님의 사진이 실린 회사 카탈로그(브로슈어)에 무위험 고수익 펀드, 즉 원금을 보장하는 펀드라는 말을 믿고 투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심텍은 비비케이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33억원을 돌려받지 못해 돈을 떼이게 될 처지였다. 심텍은 이 편지를 보낸 뒤 얼마 있다가 비비케이 대표이던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 김백준씨를 민·형사 고발한다.
물론 편지 내용이 전부 거짓이거나, 이명박 후보가 자신을 엘케이이(LKe)뱅크 회장으로 소개했고 부인 김윤옥씨도 엘케이이뱅크를 언급했는데 심텍 쪽이 오해한 것일 수도 있다. 심텍이 이 후보를 고발한 것도 국내 보유재산이 불투명한 김경준씨보다 채권 회수가 쉬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비비케이의 심텍 투자 유치와 전혀 무관하다면, 이런 ‘협박’에 가까운 서한에 이어 채권추심 통지와 가압류, 그리고 형사고발까지 이어지는데도 이 후보가 수동적 태도로 일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지방법원은 2001년 분쟁 당시 심텍 요청을 받아들여 이 후보의 논현동 자택 가압류를 결정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후보가 비비케이에 투자를 유치한 돈은 장신대 등의 7억원밖에 없다며, 심텍의 투자에 무관하다는 이 후보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 편지는 검찰의 이런 수사내용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한편, 이 서한의 수신자인 김백준씨는 13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직 편지 내용을 보지 못했다”며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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