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한대로 한가족이 ‘게임 따로 영화 따로’

지난 3월 초 열린 인텔개발자포럼에서 팻 갤싱어 인텔 수석부사장이 듀얼코어 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제공.

‘나는 머리 둘 달린 피시 쓴다.’

머리를 둘 단 개인용컴퓨터(PC) 칩이 등장해, 게임 마니아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기술 용어로는 ‘듀얼코어 칩’이라고 불리는 머리 둘 단 칩은, 인텔이 최근 ‘펜티엄디’란 이름으로 내놨고, 에이엠디도 오는 21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머리를 3개 이상 단 칩도 등장할 전망이다. 인텔이 ‘멀티코어 칩’이란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텔은 “소비자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머리를 3개, 혹은 4개 단 칩을 내놓을 수 있다”며 “‘무어의 법칙’이 앞으로는 칩의 머리 수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어의 법칙이란 칩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예측이다.

인텔은 이미 펜티엄디 시제품을 우리나라 피시 제조업체들에게도 제공해,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폴 오텔리지 인텔 최고경영자는 최근 “펜티엄디를 이르면 5월부터 피시 제조업체들에 대량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시 제조업체들도 머리 둘 달린 피시가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며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 머리 둘 달린 피시란?=말 그대로 사람으로 치면 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프로세서)를 2개 단 칩이다. 하나 달린 ‘싱글코어 칩’이 한번에 하나의 일을 처리했다면, 듀얼코어는 동시에 두가지를 처리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듀얼코어 칩에 채택된 각각의 프로세서 연산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듀얼코어 칩의 등장은, 피시가 286급에서 386급 내지 386급에서 486급으로 발전한 것보다 큰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피시의 성능을 재는 잣대가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에서 벗어나 동시에 얼마나 많은 기능을 수행하느냐로 옮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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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싱글코어에서 듀얼코어 내지 멀티코어로의 전환은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피시를 ‘디지털홈’의 서버나 게임 등을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사용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거나 동시에 여러 사람이 각각 필요한 용도로 쓸 수 있기를 바라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주양예 인텔코리아 차장은 “듀얼코어 칩에는 하나의 프로세서를 두개처럼 사용하게 하는 ‘하이퍼스레딩’ 기술도 채택돼, 이 칩을 사용한 피시는 머리를 4개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며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머리 수를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 언제 써볼 수 있나?=인텔은 데스크톱 피시용 듀얼코어 칩을 이르면 5월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노트북용은 내년초 내놓을 예정이다. 배터리와 발열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이엠디도 듀얼코어 칩을 오는 21일 발표하고, 이르면 6월부터 판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이엠디는 듀얼코어 칩을 선점하기 위해, 듀얼코어 칩을 기존 싱글코어 칩과 같은 값에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피시 제조업체들도 듀얼코어 칩을 넘겨받아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대부분 디지털홈용이다. 인텔코리아는 “업체별 판매전략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인텔이 듀얼코어 칩을 본격 공급하는 시점에 맞춰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전문가는 “듀얼코어 칩을 내장한 피시는 개인용 컴퓨터라기보다 가족 공용의 엔터테인먼트 도구라고 봐야 한다”며 “피시에 모니터, 텔레비전, 오디오장치 등을 달아 아이는 게임을 하고, 엄마는 영화를 보며, 아빠는 일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신 값은 상당히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