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등 매각은 서브프라임 사태 진정후”
차기 정부에서 IB(투자금융) 부문 분리매각 등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25일 산업은행의 성과를 내세우며 우회적으로 현 체제 유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기업 민영화 공약 등에 대해 "(이 당선자가) 공기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능률을 높이려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는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산업은행과 협의를 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매각하고 나서 남아있는 조직이 생존 가능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민영화의 의미가 없다"고 말해 IB부문의 분리매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 지점에 IB(투자은행) 데스크를 설치하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을 IB업무의 거점으로 삼는 등 내년 IB와 관련된 새로운 전략 수립을 마무리했다"고 소개해 IB업무 민영화 논란과 관계없이 IB업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 총재는 또 "지금 해외 IB들과 비교할 때 국내 IB는 기어다니지도 못하고 누워서 우유 마시는 아기 수준이지만 5년정도 있으면 산업은행도 아시아지역에서는 IB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경쟁력 있는 IB육성을 위해 당분간 산업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 IB가 아직 유치단계인 만큼 성장이 더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라면서 "산업은행이 민영화 자체에 반대하거나 반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그 동안 공기업에 대해 도덕적 해이와 비능률, 방만함 등이 대표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면서 "산업은행의 경우에도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있을 수는 있지만 배당도 3년 연속 수천억원대로 하고 있고 1인당 생산성도 다른 소매금융기관보다 높으며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높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거시 지표들이 다른 공기업보다는 훨씬 좋아졌다"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이처럼 은행 나름대로는 열심히 일했는데 공기업이라는 것에 묻혀 잘못된 것만 부각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한편 김 총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진정시기에 대해 "싱가포르와 홍콩의 IB(투자은행)들은 1.4분기는 확실히 불확실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고 내년 연말까지도 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는 4~5월쯤까지 가보자는 입장"이라며 "상반기에는 쿨다운(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최근의 해외자금조달시장의 경색과 관련, "산업은행의 경우 해외 네트워크를 잘 관리했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매각 시점에 대해 "전략적 투자자들이 재무적 투자자를 모으려면 자금 시장이 좋아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서브프라임 모기비 부실 사태가 진정되면 우선협상자를 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해 내년 1분기 이후 매각일정이 구체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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