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유인ㆍ규제완화 ‘보따리’ 주목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의 28일 '경제인 간담회'에 주요 대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한다.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이처럼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이 집단 회동을 전격적으로 갖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이 당선자가 최대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살리기'를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만들기의 선순환 구조로 보면서 기업들의 투자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재계 역시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는 인식이 맞물리면서 이번 모임이 갖는 무게와 상징적 의미가 적지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 자리에서 논의될 의제와 대화 내용은 향후 정부와 재계의 관계설정 등과 관련한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각별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재계의 별들' 한 자리에 =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가 갖는 그같은 성격 때문인지 전날까지만 해도 참석이 의문시되던 그룹 총수들까지 대거 참석을 확정해 28일 간담회는 투자의 키를 쥐고 있는 주요 대기업의 수장들이 모두 집결하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27일 오전까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참시키는 것으로 기울어진듯했으나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급선회했다. 이 회장은 최근 수년간 주요그룹 회장들이 동행하는 대통령 해외순방 행사는 물론 남북 정상회담에도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불참하거나 윤종용 부회장을 대참시켜왔으며 특히나 삼성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곧 가동하기 시작할 '삼성 특검' 문제 등을 의식, 대내 행사 참석조차 자제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이런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참석은 아무래도 모임의 무게를 감안한 이 회장의 결단인 것으로 관측된다. 보복폭행 사건으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간담회 당일로 예정된 사회봉사 활동을 법무당국 측의 양해 아래 잠시 미루고 이 행사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도 간담회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외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가 모두 간담회에 참석키로 하고 테이블에 오를 현안이나 예상 대화 내용을 점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 당선자와 사돈간이라는 점을 의식해 오히려 그와의 만남에 조심스러워할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돼 왔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LG반도체와 현대반도체 간 '빅딜'에서 전경련이 한 역할에 불만을 품고 수년째 전경련과는 발을 끊고 지내온 구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 모임은 아니지만 전경련이 주축이 된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또한 전경련 회장단에 속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류 진 풍산 회장,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도 자리를 함께한다. 다만 전경련 회장단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은 해외출장중이어서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측에서는 이경숙 위원장을 비롯해 대통령직 인수위의 김형오 부위원장, 강만수 경제1분과위 간사, 최경환 경제2분과위 간사, 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 등이 자리를 함께 한다. ◇어떤 이야기 오가나= 이번 간담회에서 이 당선자는 경제인들에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차기 정부의 의지를 설명하는데 이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이 같은 모임에 대비해 지난 10월부터 황인학 경제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새정부 정책과제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왔다. 전경련 관계자는 "태스크포스 활동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위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과제들과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장기과제 등을 정리했으며 당선자와의 간담회에서 핵심적이고 우선적인 과제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자와의 간담회를 앞두고 전경련은 미리 인수위측에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간담회 자리에서는 주로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재계 대표'로서 출자총액제한, 금산분리제도, 수도권 규제 등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방안과 함께 유연한 노사관계 및 법질서 확립,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조속한 비준, 세금감면 등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또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앙등 등 당면한 대내외 경제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금융.통화정책과 유류세 인하 등의 대책이 시급함을 지적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제도개선이나 규제완화에 관한 요구보다는 자사의 투자계획과 경제상황을 보는 견해에 대해 밝히는데 주된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전망된다. ◇'밀월'은 계속된다=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각 경제단체는 연초에 이 당선자나 대통령직 인수위와 모임을 잇따라 갖고 경제계의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연초 신년인사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새 정부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정책 과제와 함께 업계의 애로 및 현안들을 정리, 이 당선자나 인수위측에 건의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다음달 3일 열리는 신년인사회에 이 당선자의 참석을 요청해두고 있으며 전경련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한EU상공회의소(EUCCK), 서울재팬클럽(SJC) 등 주한외국기업 단체들은 같은달 15일 이 당선자와 공동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새해 초 경제단체와 업종단체들 중심으로 잇따라 개최되는 신년 세미나 등의 행사에 인수위나 이 당선자 주변 인사들이 참석해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새정부에 대한 갖가지 정책건의도 홍수를 이룰 전망이다. 다만 이 당선자의 참석이 기대됐던 다음달 4일의 대한상의 주최 신년인사회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친기업, 친시장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당선자의 등장으로 경제계 전체가 기대에 들떠 있다"고 현재의 경제계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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