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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8 14:50 수정 : 2007.12.28 14:58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함께 이 당선자를 맞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선자 간담회 참석 재계총수들 밝혀

'CEO 대통령'과 재계의 첫 만남. 재계 총수들의 표정은 기대와 흥분으로 고조된 모습이었다.

28일 이명박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의 만남인 '경제인 간담회'가 열린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는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자리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 당선자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모인 '빅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 재계 "투자 늘리겠다" 기대감 = 일부 회장들은 미리 준비한 듯 자사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회복 의지에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몽구 회장은 전경련 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이 당선자의 투자 활성화 요청에 화답하듯 내년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내년도 투자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환한 표정으로 "제철소 건설에 5조2천억원, 자동차 연구개발(R&D)에 3조5천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나머지 계열사 투자를 합하면 그룹 전체 투자액은 1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내년에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올해에 비해 10-20% 늘릴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후 "내년에는 해외 M&A도 활발히 하면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도 "내년에 백화점과 중국투자를 대폭 늘일 계획이며, 그렇게 되면 고용 창출도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당선자가 이렇게 빨리 재계 현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유통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건의 드렸다"고 말했다.

◇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주세요" = 이 당선자와 간담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룹 총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전경련회관 20층 행사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끌어갔고 간간이 파안대소하는 소리도 새 나왔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회동 후 "당선자는 기업들에 투자를 활발히 해 달라고 요청했고 기업들은 규제를 개혁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간담회 분위기를 전했다.

조 회장은 "서로 이야기가 잘 통했다. 재계로선 이렇게 뜻깊은 날이 없다. 양측은 언제든지 모여 힘을 합하기로 했다"며 "서로 정경유착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다른 정부가 와도 후퇴하지 않게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회장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출총제는 다 (해결이)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간담회장을 나오면서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건의했다"며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도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당선자에게 우리 나라 관광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해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당선자는 '오전에 보고를 하면 저녁에 결재가 될 정도로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으며, 재계와 정치권이 정경유착이 아닌 정경협력으로 서로 돕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 여유 찾은 김승연 회장 = 이날 간담회에서는 보복폭행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최근 경영에 복귀한 김 회장은 전경련회관에 도착했을 때와 나갈 때 기자들이 대거 운집했다. 일본에서 한동안 요양한 김 회장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김 회장은 대외활동을 재개한 것에 대해 "감회가 새롭다"며 소감을 밝혔으며 "오늘 회동에서 당선자께서는 기업에 활발한 투자와 고용창출을 요구했고 재계도 규제완화 등을 요청하는 등 우리 나라 기업이 잘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5년간 전경련이 대우를 못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보복폭행 사건으로 구속까지 되며 큰 낭패를 본 김 회장은 지금으로선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 이건희 회장은 '묵묵부답' = 모두가 밝고 흥분된 표정인 가운데 심각한 얼굴을 한 단 한 사람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었다.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로비 의혹을 받으며 특검수사가 예정된 삼성의 이 회장은 취재진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으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회장의 입에서 나올 발언을 기대하며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이를 제지하는 경호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 전경련 회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호원들은 이 회장을 둥근 원으로 감싼 채 천천히 이동해 엘리베이터에 힘겹게 이 회장을 태웠으며, 이 회장은 이동하면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회동이 끝나자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가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전경련회관을 빠져 나가 취재진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 '전경련 탈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불참 = 한편 이날 4대 그룹 회장들이 모두 전경련회관을 찾는 등 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했지만 김준기 동부 회장은 불참했다.

'반도체 빅딜' 문제 이후 전경련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구본무 LG 회장도 전경련회관을 찾아왔고 보복 폭행 사건 이후 대외 행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김승연 회장도 모습을 보였지만 김준기 회장은 오히려 이날 해외출장을 떠났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강신호 전 전경련 회장의 연임에 문제를 제기하고 전격 전경련 부회장단에서 사퇴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경련에는 부회장단 사퇴에 대한 마땅한 규정도 없어 김 회장의 사퇴서는 수리되지 않아 김 회장은 계속 전경련 부회장단에 속해 있다. 전경련은 이날 간담회에 김 회장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김 회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원래 연말과 연초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 시장을 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신년 경영 구상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그룹 내부적으로는 회의나 워크숍 등을 통해 수시로 임직원들과 접촉하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지만 외부 행사에는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는 독특한 경영 스타일로 유명해 한때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기도 했다.

김 회장의 이날 불참이 단순한 해외 출장 때문인지, 전경련과의 갈등 때문인지, 특유의 경영 스타일 때문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웬만한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한 이날 회동에 김 회장이 불참한 것은 미묘한 뒷맛을 남겼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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