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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8 15:37 수정 : 2008.01.08 15:58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곽승준 기획조정분과 위원이 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최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민영화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대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산업은행의 사영화를 추진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물론, 인수위 측이나 언론에서는 '민영화'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공적 영역의 사적 소유와 사적 이득 추구를 허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만큼, '사영화'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산업은행 사영화 방안'은,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의 재정경제부 업무보고 직후 브리핑에서 발표됐습니다. 산업은행의 IB(투자은행, Investment Bank) 부문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함께 민간에 매각될 것이며, 정책금융 부문만 존속시켜 기능을 강화시키겠다는 방안입니다.

곽승준 위원은 "산업은행 민영화는 민간자금을 이끌어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이명박 경제학, 즉 MB노믹스의 중요한 예"라고 이야기했고, "산업은행 IB부문 민영화로써 20조원의 자금을 얻어 KIF(Korea Investment Fund)를 만들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산업은행의 정책기능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인수위의 방침인 듯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민간자금'의 정체입니다. 이 '민간자금'은 은행 소유를 노리는 재벌의 자금, 그리고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와 같은 단기성 투기자금이거나, 그런 투기자금의 유치를 더욱 활발하게 추진할 외국계 은행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수위 산하 국가경쟁력특위 공동위원장 데이비드 앨던이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홍콩상하이은행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외국계 은행입니다.

데이비드 앨던 위원장이 한국 입국 후 소리높여 성토한 것도 다름아닌 '규제'였으며, '보다 높은 수준의 금융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를 외국 투자 유치 조건의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산업은행 IB부문 민영화'가 현실로 드러나면,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의 국책금융기관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또다른 공약 중 하나가 바로 '금산분리 완화'라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금산분리 완화'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①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 15%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②연기금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 연기금과 대기업 6~7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한다.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국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아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입니다. 은행 소유는 물론,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권 승계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의혹'을 단번에 해소해줄 수 있습니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명백하게 현행 '금산분리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왜 산업은행 IB부문인가?

재정경제부는 인수위의 '산업은행 IB부문 민영화'에 대해 "산업은행의 80%가 IB 기능이어서 이를 매각하면 사실상 산업은행의 기능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시장의 안전판 기능' 차원에서 산업은행의 존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서 알아봐야 할 것은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IB부문 성과일 것입니다. 이에 대한 그간의 언론보도를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증권업계 최대인 4461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2004년 주식위탁매매 1위 탈환 및 투자은행(IB) 부문 1위 복귀, 올해 6월 자기자본 1위 탈환, 올해 9월 증권업계 최고 신용등급 획득 등 대우증권의 옛 명성을 하나씩 회복해 가고 있다.

2006년 증권업계 최초로 자기자본투자(PI)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금융권 최초로 해외(인도네시아) 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등 해외사업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 2007년 11월 10일자 기사 <[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제2부]<27>대우증권…잃었던 1위>의 일부

"산업은행은 투자은행(IB) 부문의 강점을 발휘해 해외 신디케이트론 주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 시장의 최강자 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산은은 상반기에 이어 지난 3/4분기에도 굳건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산은이 이처럼 대대적인 주관업무에 나선 것은 지난 해 시중은행들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3위까지 밀렸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25% 수준을 회복함에따라 당분간 시중은행과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올해 총 52건의 신디케이트론 주관을 맡아 1위를 차지했다"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홀딩스 유럽의 M&A(기업인수합병) 인수금융을 비롯해 중국개발은행과 공동으로 하이닉스 에스티반도체 주관을 맡은 것이 한 몫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신문> 2007년 12월 27일자 기사 <산업은행 올 신디케이트론 시장 평정>의 일부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투자은행(IB) 노하우는 국내 최고 수준이어서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쿠키뉴스> 7일자 기사 <산업은행 민영화 여파…국책은행 민영화 급물살>의 일부.

여기서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신디케이트론(Syndication Loan)'입니다. 복수의 채권자(대부분 금융기관)가 '차관단'이라는 '신디케이트'를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차주에게 일정한 액수를 융자하는 중장기 대출을 말합니다. 산업은행은 이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왔고, IB기능의 핵심으로 자리잡습니다. <쿠키뉴스>의 보도대로 '투자은행 노하우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느낀 것은, MB노믹스의 실체에 대한 것입니다.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에 드러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는 "잘 되는 기업일수록 우선적으로 해외에 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따라 비교적 우량한 공기업과 민간기업, 은행들의 소유권도 다수가 해외자본에 넘어간 것으로 아는데, '산업은행 IB부문 사영화'로 드러나는 MB노믹스의 핵심도 당시의 DJ노믹스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저서 제목대로 "(약소국의) 사다리를 걷어차며" 선진국과 경제적 강자 위주의 자유시장과 무차별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논리의 핵심을 그대로 드러낸 경제철학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지난해 12월 25일에,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도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산업은행을 포함해 한국의 IB는 글로벌 IB와 비교하면 '초짜 중의 초짜'로 날거나 뛰기는 커녕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이며, IB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고 인재를 기르는데만 4~5년이 걸린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왜 성장의 사다리를 걷어차느냐는 이야기입니다.

김창록 총재는 그러면서 "일부에서 산업은행의 정책기능과 IB기능의 분리를 계속 얘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각할 때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인데, 매각 후 남은 조직의 생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면 민영화는 의미가 없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을 합니다.

"(전략) 2009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권 빅뱅이 불가피하고 IB업무가 뛰어난 은행이 경쟁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산업은행의 IB 노하우를 가진 우량 토종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산업은행 민영화의 목표 가운데 토종 투자은행을 키우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기로 한 것은 매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만 파는 게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셋트로 매각하게 되면 매각대금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투자은행(IB) 노하우는 국내 최고 수준이어서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위원회 곽승준 인수위원은 "대우증권을 그냥 매각했을때 60%를 민간이 가지고 있는데 재원확보에 문제가 있다"며 "대우증권쪽은 인베스트먼트 노하우를 때내고 나면 남을게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략)" -<쿠키뉴스> 7일자 기사 <산업은행 민영화 여파…국책은행 민영화 급물살>의 일부

곽승준 인수위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적대적 M&A 협상을 주업무로 하는 창업투자사 중역의 설명을 듣는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제 과민한 느낌이었을까요? 산업은행이 애초에 왜 만들어졌으며,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면 저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투자은행 기능을 떼어내 재벌이나 외국계 헤지펀드 및 은행에 매각해버리면, 과연 '순기능'이라는 '정책금융'의 밑천은 어디서 끌어올 수 있을지,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게다가, 외국계 헤지펀드나 투자자들이 한국땅에, '미국의 골드만 삭스'와 겨룰만한 '한국판 골드만 삭스'를 키워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합니다. 외환은행의 현실을 알고 있다면, 저런 이야기는 정말 쉽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쨌든, 그 '순기능'을 고려한다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 강화를 위해 그대로 두고 대우증권만 중장기적으로 매각하든지 산은에 민자 참여를 허용한다"는 재정경제부 측의 방안이 그나마 나아보입니다. 하지만, '인베스트 뱅크'를 강조하는 인수위의 주장은 강경하기만 합니다.

금산분리 완화 대비 조치, '솜방망이' 가능성

인수위는 '금산분리 완화 대비 조치'로 다음과 같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① 대기업은 단독으로 은행지분소유에 나설 수 없으며, 반드시 컨소시엄 형태로 금융업에 진출할수 있도록 제한조치를 둔다.

② 6~7개 그룹이 각각 최대 15% 지분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을 인수하며, 사후관리로 금융기관에 대한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면 재벌의 사금고화라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③ 지배구조의 투명화는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나 내부자거래 등이 적발될 경우 사후 대주주 자격심사에서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얼핏 봐서는, 효과적인 대비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함정은 있습니다.

특히 ②번과 ③번 항목을 주목해야 합니다. 저게 제대로 적용되려면, 숱한 의혹이 제기된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에 대한 '이명박 인수위'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선결조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인수위'에도 삼성 임원 출신 인수위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용철 변호사는 "비자금 계좌를 가진 전직 임원들이 이명박 캠프에 가담해 있으며 공약에서도 삼성의 흔적이 발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금산분리 완화'만 해도 이명박 당선자가 가장 앞장서서 제시한 정책입니다.

이미, 우리는 재벌 소유의 종합금융사가 재벌 총수 일가의 사금고로 전락했다가 IMF사태의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가진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을 지켜봤으며,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의혹이나 순환출자구조 속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삼성 은행 소유 문건'도 우리의 기억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저런 정도의 대비책으로, '금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는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당선자는 재벌 총수들에게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직접 전화하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금산분리 완화 대비책'이 '애로사항'으로 느껴지면 이명박 당선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인수위는 "선진국 대부분에서 폐지됐다"고 주장했지만, 여기저기서 반박이 들어왔죠.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세계 100대 은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산업자본 292개 중 실제 은행의 경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단 4곳 뿐이었다"는 반론을 제시합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로드맵대로 소유지분 한계가 15%로 확대될 경우, 그리고 그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과연 일어나지 않을 일일까요?

사영화 만능주의, '철의 남자' 이명박

이명박 당선자는 '건강보험 민영화'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다른건 몰라도 국방과 의료만큼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던 신자유주의의 선두주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마저 능가할 정도의 신자유주의 전도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영화 만능주의'로 일관되는 이명박 당선자의 MB노믹스는, 아직까지는 큰 틀에서 "잘 되는 기업부터 우선적으로 (외국자본에) 팔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노믹스의 확대 버전에 불과해보입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복지의 마지막 보루까지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전개되는 것입니다.

이런 정책들로 도대체 어떻게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책에 큰 관심을 갖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막연하게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해 숨통을 트이게 한다더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를 안겨줄 뿐, 서민에게 재앙이 될 가능성만 엿보이는 정책들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삼성은행'이, 그리고 사적 이득을 추구하는 국책은행과 건강보험이, 국민에게 어떤 성공과 이득을 보장해줄지에 대해, 이명박 당선자는 자신을 찍은 30%(63% 투표율에서 48%를 득표했기에 30%)의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그 30% 중, 경제적 형편이 썩 좋지 않음에도 '이명박 효과'를 기대해 투표한 국민에게, 특히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죠. 자신의 공약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책임을 갖는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이명박 당선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로 보입니다. '금산분리 완화'와 '국책은행 민영화'가 평범한 서민에게는 어떤 이득이 보장되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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