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0 19:01
수정 : 2008.01.11 01:38
|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
“투자금 조기 회수하려 위험 감수” 분석
정권교체기 ‘미묘’…출금·기소될수도
지난 9일 밤 방한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에 대해 검찰이 10일 전격적으로 출국 정지 조처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입국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요청에 따라 법정 증언을 하고자 방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국 목적이 그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등의 피의자여서 출국 정지를 넘어 구속 기소될 수 있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레이켄 회장이 지지부진한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타개하려고 사법 처리의 위험을 무릅쓴 채 직접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인 론스타로서는 막대한 자금이 장기간 외환은행에 묶여 있어 여간 곤란한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사모펀드 운용 책임자는 2∼3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강한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올해로 5년째다. 론스타가 계약대로 외환은행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매각하면 최대 5조5천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애초 론스타의 계획과 달리 외환은행 매각이 계속 난관에 부닥치자 론스타 안에서 그레이켄 회장의 입지가 좁아졌을 수 있다. 그래서 직접 나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2006년 국민은행과의 매각 협상이 무산됐을 때도 한국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레이켄 회장의 실제 의도와 관계 없이 검찰과 금융감독위원회의 태도는 강경하다. 김강욱 대검찰청 중수2과장은 “피의자 신분인 그레이켄 회장에게 확인해야 할 사실 관계들이 복잡하다. 조사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에 대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기소중지 처분을,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린 상태다. 외환은행 매각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감위도 이 두 사건에 대해 최소한 법원의 1심 판결이 있어야 승인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그레이켄 회장 방한과 상관없이 법원의 판결이 중요하다”며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재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레이켄 회장이 외자 유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에 기대를 걸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한다. 또 이 당선인의 신임이 두터운 데이비드 앨든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이 홍콩상하이은행그룹의 아태 지역 회장을 지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이에 대해 최경환 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 간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홍콩상하이은행에 매각하는 문제를 놓고 지금까지 인수위가 논의한 적이 없다. 또 스탠스가 달라진 것도 없다. 사법당국이 법대로 처리하고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이 판단해 결정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락 박현철 기자
sp9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