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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홍코우취 윈꽝루 푸스필시장에서 지난달 29일 시민들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시민들은 1년 사이에 생활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말한다. 상하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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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값 발단…고유가·고임금·고소비 겹쳐
중국 정부 긴축정책 등 펼치며 물가 억제 총력전
진단! 차이나 리스크 /
④ 중국발 인플레경보
지난 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왕징지역의 난후시장은 주말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시장 어귀의 과일가게를 지나면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잘라 파는 정육점들이 즐비하다. 세계 돼지고기 소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이 즐기는 음식이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추펑즈(60·주부)는 “1년 사이에 1근(500g)에 7.5위안(약 970원)이던 삼겹살이 12위안(1550원)으로 오르고 돼지갈비는 9위안에서 13위안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쇠고기는 1근에 11위안에서 14.5위안으로 올랐다. 콩값이 오르면서 한 모에 1위안 하던 두부도 1.5위안으로 뛰었다. 1근에 1위안 정도였던 사과·배 같은 과일들도 요즘은 3~4위안을 줘야 한다. 물가가 올랐지만 고등학교 교장인 남편의 월급과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올랐다. 지난 2003년 1㎡에 6천위안을 주고 샀던 아파트가 지금은 1㎡당 1만5천위안까지 올라간 상태다.
중국은 2003년 이후 5년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평균 10%가 넘는 고성장을 유지하면서도 1%대의 안정된 물가상승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물가가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까지 올라갔다. 지난 11월에는 11년 만에 최고치인 6.9%까지 치솟았다. 올해에도 5% 안팎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야흐로 중국의 ‘고성장-저임금-저물가-저소비’ 시대가 끝나고 ‘고성장-고임금-고물가-고소비’ 시대가 올 것인지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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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저물가 시대, 이미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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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밍가오 씨티은행 중국법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식품가격이 올라가면 임금을 올려야 하고, 임금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전체 물가가 상승한다. 여기에 정부가 소비를 촉진하고 유가도 상승하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박승호 중국삼성경제연구원 원장은 “중국은 그동안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경쟁과 정부 보조 때문에 저물가를 유지해 왔다”며 “고성장에 소득과 소비도 늘었기 때문에 인플레는 언젠가 올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1980년대 후반 경기 과열로 물가 상승률이 18%에 이르면서 누적된 불만이 천안문 사태로 폭발하는 경험을 했던 중국 정부는 물가 상승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해 들어 공공재와 생필품 가격을 통제하는 ‘물가 관리 특별규정’을 마련하고 곡물 수출쿼터제도 도입했다. 이런 행정 조처들 외에도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위안화 절상 등을 통해 적극적 긴축 정책에 나서고 있다. 물가 상승은 결국 과잉 유동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에도 1%대의 저물가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선밍가오는 “정부는 3% 수준으로 내리려고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3년 동안은 3~5%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판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생겨났다”며 “정부의 정책이 유효하게 작용한다면 올해 4%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협찬 :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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