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8 19:41
수정 : 2008.01.18 19:41
“금감위 견제기능 불가능”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을 놓고 관료조직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특히 조만간 재경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인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설치법안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금감원은 독자적인 설치법안을 마련하는 등 정면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수위가 지난 16일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금감원 내엔 팀장급 간부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구성됐다. 비대위는 공식 조직은 아니지만, 금감원 노조와 함께 △인수위의 개편안에 대한 반박 논리와 △독자적인 금감원 설치법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비대위는 재경부가 마련한 설치법안이 금감원에겐 매우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관련 법안을 보면, 금융위는 금감원의 모든 활동에 대한 지시·감독권을 갖는 것으로 돼 있다. 특히 금융위가 금감원장을 비롯해 금감원 부원장과 부원장보 등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9명으로 구성되는 금융위에 민간인인 금감원장의 참여가 배제된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금감원 대표를 금융위의 당연직 위원에 포함시키고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제재는 금감원 소관으로 규정하며 △금융위 의결 사항에 대한 재의 권한 등이 보장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비대위 관계자는 “재경부 안대로라면,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등 실무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며 “감독기구와 정책기구 간의 견제는 불가능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위 개편안을 보고 예상은 했으나 그 정도가 심하다”며 “재경부 안은 관료가 금융정책과 감독 전반을 틀어쥐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입사 5년차인 금감원의 한 실무 직원도 “금융위 설치로 한층 비대화될 관료조직이 사사건건 금감원 업무에 간섭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면서 “이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기구의 능동적 대응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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