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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소매판매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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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은 사들이고, 서민층은 내다팔고
순금투자 부쩍 늘어 금펀드 인기 상한가“이 기회에 팔아보자” 인터넷 매물 증가세 새해 들어서도 금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투자용으로 순금 제품을 구입하는 부유층이 늘고 있다. 이와 달리 서민층에서는 돌반지 등 집에 있는 금붙이류를 내다 팔려는 이들이 늘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국내 금 소매가는 21일 현재 순금 3.75g 기준으로 11만770원인데, 여섯달 남짓 사이에 40% 가까이나 올랐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3가 단성사 근처의 한 귀금속상가. 40대 여성 2명이 매장을 돌며 금 시세를 물어본 뒤 한 가게에서 100만원짜리 거북이 모양의 순금을 몇 개씩 주문했다. 서울 종로 봉익동의 한 귀금속매장 김아무개 대표는 “금값이 오르기 전에는 장식용으로 금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 손님 20명 중 15명은 14K 제품을 구입하고 나머지 5명은 순금 제품을 구입했지만, 요즘은 14K 구입자는 5명 수준으로 확 줄고 대신 비싼 순금 제품 구입자가 7~8명으로 늘어 전체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했다. 귀금속 도소매업을 하는 임아무개 사장도 “재테크에 앞서가는 프로급들은 이미 금값이 5만~7만원대일 때 많이 구입했는데, 지난해 12월 중순 순금 1돈(3.75g)이 10만원을 넘어서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투자용으로 순금을 사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심지어 봉급생활자 가운데 대출을 받아 금을 사려고 문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금값이 오를 만큼 올라 대출이자를 제하면 별 재미를 못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금 관련 펀드의 설정액도 부쩍 늘어났다.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국내펀드’와 ‘SH골드파생상품’의 설정액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682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무려 53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금펀드의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증가세라 할 수 있다. 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열기도 뜨겁다. 적금 형식으로 금투자를 할 수 있는 신한은행의 골드리슈계좌는 1월 17일 현재 7234㎏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비해 1316㎏이 늘어난 셈이다. 2007년 한해 동안 증가량이 2000㎏을 조금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증가세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황재호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최근 금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금값이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어서 금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유층의 금 사재기와 대조적으로 서민들은 갖고 있던 돌반지 등 금붙이류를 내다팔고 있다. 서울 종로 일대 귀금속상가 상인들은 “금 시세가 높아지자 돌반지 등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최근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간 중고물품 매매가 가능한 ‘옥션’의 경우 최근 한달 사이에 금반지, 금팔찌, 금거북이 등을 팔려는 일반인들의 경매 건이 하루평균 10여 건씩 올라오고 있다. 금값 폭등에 진주, 패션 액세서리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올 들어 오픈마켓 ‘지마켓’의 금 제품 주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 가량 줄어든 반면, 비즈와 메탈, 도금 등 패션 액세서리업체들은 매출이 200% 이상 증가했다. 지마켓 정현정씨는 “혼수 예물로 금 세트를 구입하려던 사람들 가운데 금 세트 대신 진주나 패션 액세서리류를 세트로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윤영미 윤은숙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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