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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1 19:04 수정 : 2008.01.23 00:18

삼성중공업 주가 추이

2004년까지 적자 허덕…‘조선 호황’ 바람타고 비상
분식회계 의혹 엎친데다 태안 기름오염 사태 덮쳐
주가 석달새 반토막…배상책임 타격·이미지 ‘먹칠’

‘백조로 변신한 미운오리, 다시 미운오리 되나.’

지난해 조선호황 바람을 타고 ‘백조’로 화려하게 비상했던 삼성중공업이 분식회계 논란에 이어 태안 앞바다 기름오염 사태로 그룹의 ‘미운 오리새끼’로 다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삼성중공업은 오랫동안 삼성그룹의 애물단지였다. 90년대 말 삼성상용차의 부실을 떠안은 삼성중공업은 오랫동안 적자에 허덕였고, 1999년과 2000년에는 주가가 액면가인 5000원을 줄곧 밑돌았다. 그 이전 98년에는 기계사업부가 만년 적자를 견디다 못해 볼보그룹코리아에 매각되기도 했다. 2001년 이후 잠시 흑자기조가 이어지나 했으나 2004년 다시 326억원의 적자를 냈다. 세계일류를 지향하는 삼성그룹 안에서는 처치 곤란한 ‘못난이’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적이었다.

하지만 2005년 743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선 삼성중공업은 2007년 조선 호황기를 맞아 활짝 꽃을 피웠다. 200억불 수주 물량을 돌파함은 물론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초 삼성중공업을 다룬 일부 언론의 기사 제목은 ‘미운오리 백조로 변신’이었다. 바로 삼성중공업의 실적과 주가의 화려한 비상을 두고 쏟아져 나온 기사들이었다.


삼성중공업 매출과 순익 추이
이달 말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총매출이 8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며 순이익은 5천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지난해 받아놓은 수주량 덕분에 매출이 10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주가도 급등해 2006년 초 1만원대 초반에서 지난해 10월 5만7천원까지 올라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지난해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으며 그룹 안에서도 돈줄 구실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중공업을 삼성그룹 분식회계의 중심지로 거론한 것을 계기로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12월7일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주가는 더 곤두박질쳐 21일에는 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1일 하루에만 10.4%가 급락한 수치다. 세달 사이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문제는 주가 하락에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중공업이 전체 피해금액 중 어느 정도를 배상해야 할지는 앞으로 지루한 법적 절차가 남아있지만 많을 경우 수천억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삼성그룹이 입은 이미지 타격이다. 배상책임을 뒤집어쓸까 우려한 삼성 쪽에서 사과 한마디 없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던 탓에 시민들의 인식은 극도로 나빠졌고 계속되는 어민들의 자살은 반 삼성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일각에서는 ‘삼성 불매 운동’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 수사로 정신이 없는 삼성그룹은 사고 처리를 삼성중공업에만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삼성중공업 법인 등을 기소한 21일에도 그룹은 침묵을 지켰다. 삼성 쪽은 “그룹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22일자 조간신문에 사과광고를 싣는 이외에 다른 방침은 결정하지 못한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우리가 작은 회사도 아니고 그룹에 책임을 미룰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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