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만에 톤당 6만-7만5천원
타업체와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수요업체에 광범위한 파급효과
포스코는 자사제품과 국내외 경쟁사 제품간 현저한 가격 격차로 빚어진 시장의 왜곡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2월부터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현대제철이 20일 주문분부터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6만원 인상한 데 이어 포스코도 주요제품의 가격을 올림으로써 다른 국내 철강업체들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을 초래하고 자동차, 가전, 건설 등 수요산업에도 원가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포스코는 석탄,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분을 반영해 4월 중 다시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어서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포스코에 따르면 이번 가격 조정에 따라 톤당 가격이 국내 타사제품 대비 12만원, 중국산 대비 100달러 이상 차이가 나는 열연, 선재, 반제품은 톤당 6만원, 냉연제품은 톤당 6만5천원이 각각 인상된다.
또 일반용 후판은 톤당 7만5천원 인상하되 조선용 후판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미 인상된 점과 국내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번에는 가격인상을 보류키로 했다.
후판의 국제 오퍼가격은 톤당 900-1천달러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포스코도 조선용을 포함한 후판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포스코가 열연 및 냉연 제품의 가격을 조정한 것은 2006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조정된 가격은 2월1일 주문분부터 적용된다. 포스코는 "2007년 원료가격의 대폭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가격인상을 자제해 왔으나 이번에 수입 및 타사제품과 가격차가 큰 제품에 대해 가격을 현실화시켰다"면서 "인상폭은 수요산업의 영향을 고려해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은 내수 및 수출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고 있으며 수입산 가격이 포스코 제품보다 비싸짐에 따라 수입이 급속히 줄어 수요산업이 소재확보에 애로를 겪는가 하면 고품질의 포스코 제품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등 가격 및 시장왜곡이 심각한 실정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가격인상은 국내 물가 상승과 수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시장가격 중심으로 일부만 반영했기 때문에 향후 원료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지면 원료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는 4월 이후 추가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제철은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6만원이 오른 64만원으로 조정했다. 또 동부제강과 하이스코 등 냉연업체들도 포스코와 비슷한 수준으로 냉연강판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한국철강 등 철근 제조업체들은 빠르면 이달중 철근 가격을 인상할 태세다. 이에따라 원가에서 냉연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자동차, 가전 업체들과 철근의 대량수요처인 건설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에 쓰이는 냉연강판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5% 수준이며, 현재 5, 6개 냉연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다"며 "포스코가 냉연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한 만큼 다른 공급업체의 인상여부를 예의주시할 것이며, 향후 종합적으로 원가 상승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강판은 전체 제품 재료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가격 인상으로 인해 큰 영향은 받지 않는다"며 "앞으로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 작업에 주력해 강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DA 사업부가 어느 정도 원가 상승의 압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회사가 작년부터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낭비 요인 제거 활동 등을 통해 원재료 가격 인상에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 가격이 인상된다면 원가에 압박요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어서 마땅히 저항할 방법도 없다"고 전했다. 다만 포스코가 이번에 조선용 후판을 가격인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업의 최대수요처인 조선업과의 공생을 염두에 둔 합리적 처사"라며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추왕훈 기자 cwhyn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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