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15 17:05
수정 : 2005.04.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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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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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
지율 스님의 목숨 건 단식 투쟁 막바지에 가까스로 천성산 공사가 일시 중단되자 “도대체 공사 중단 비용이 얼마인데…”라는 말이 무성했다. 버스를 타도 택시를 타도 재래시장을 가도,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도, “경제가 엉망”이라며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비명을 지른다. 정부도 경제를 위해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경제’인가? 흔히 경제란 ‘돈벌이’로 이해된다. 개인도 기업도 나라도 돈벌이가 잘되면 경제가 잘 돌아간다 하고, 돈벌이가 안 되면 경제가 엉망이라 한다. 그러나 경제(經世濟民, economy)란 원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백성들의 살림살이’란 뜻이다. 여기서 돈이란 그런 살림살이(인간답게 먹고사는 것)를 위한 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람과 더불어 자연도 백성도 속한다면 사람과 자연 모두가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 이것이 경제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 성장만 하면 모두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굳게 내면화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난다. 빈부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청년 실업이 예사롭지 않으며 성장은 하는데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갈수록 물과 공기, 흙이 병들고 사람들은 일에 파묻혀 굶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자식교육 좀 더 시키려 한평생 다 보낸다.
반면 각종 건설업자들은 ‘웰빙’ 바람을 타고 땅과 집을 고수익 상품으로 만들어간다. 갈수록 대형 아파트 상품들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고이윤을 갖다주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마을에도 지난해부터 어떤 업자들이 나타나 3만평 가까운 논밭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무려 1천세대가 입주할 15층짜리 아파트를 15동이나 지으려 한다. 나와 시민사회 운동가들은 결사반대 투쟁에 나섰다.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농지는 평당 5만원 이상 되면 농사 짓는 것보다 땅을 파는 것이 낫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토지 가격을 부추겨 농민의 마음을 땅으로부터 이탈시키는 것은 건강한 살림살이 경제에서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평당 100만원꼴로 땅을 산 사업가는 아파트를 지은 뒤 평당 500만원 이상 받는다. 위의 경우 1천가구를 지으면 모두 2천억원이 넘는 분양 수입이 나온다. 그 중 10%만 순수익으로 쳐도 자그마치 200억원이 남는 장사다. 1년에 1억원 모으는 사람이 무려 200년간 번 돈이다. 이러니 너도나도 ‘개발=파괴’ 사업가가 되려 한다.
대안은 있다. 모든 법과 제도를 동원해서 투기와 난개발을 확실히 잡고 그 대신 생태도시, 전원마을, 생태마을을 만들면 된다. 예컨대 충남 금산 군북면 신안리 자진뱅이 마을과 충북 진천 연곡리 보련마을은 환경부가 나서서 생태마을을 장려하고, 강원도 횡성군은 군 차원에서 인구유입과 농촌 활성화 차원에서 전원마을 조성을 추진한다.
요컨대, 개발이나 발전,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과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하여 돈에 눈이 먼 일부 기득권층(사업가, 정치가)이 달콤한 엑기스만 독차지하게 하는 형식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나누며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방식으로 살림살이를 구조조정해야지만 우리의 미래가 마침내 ‘지속가능한’ 것으로 창조될 것이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ksd@korea.ac.kr / 1961년생. 경영학(노사관계)을 공부하면서 돈의 경영학이 아니라 삶의 경영학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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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 Anterieur(푸뚜앙떼리요르)란 = ‘前미래’란 뜻으로, 미래 어느 시점의 특정한 변화나 행동을 위해서는 그에 선행하는 또 다른 미래의 변화나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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