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15 17:25
수정 : 2005.04.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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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무단게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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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숙의 3분 코칭
전자공학과 졸업을 앞둔 조카가 취업을 한다고 해서 어느 회사에 취직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매년 순이익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전자회사가 아닐까 하는 나의 예상을 깨고 조카는 몇 종의 생산품으로 전문화된 어느 기업을 들었다. 친구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회사라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월급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을 혹사시키기보다 제대로 대우해 주고 키워준다고 소문이 난 기업이라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학생들의 정보란 게 얼마나 정확할까 싶으면서도 내심 그들의 판단 기준을 듣고 놀랐다.
사실 기업의 가치를 따지는 지표로는 매출액이나 순이익 같은 외형적인 것도 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괜찮은 직장인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일하기 좋은 기업(GWP: Great Work Place)의 개념이다. 미국 <포춘>은 1998년부터 해마다 ‘일하기 좋은 기업 100’을 발표하고 있다. 그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로버트 레버팅 박사다. “기업 내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직원”이라는 관점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이란,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Trust)하고, 일에 자부심(Pride)을 느끼며, 재미(Fun)를 느낄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얼마 전 미국 본사에 출장을 갔다가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한 지부의 책임자를 만났다. 마음씨 좋은 중년 아주머니 같은 이 분의 얘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지부의 모토였다. ‘우리의 아이들을 다니게 하고 싶은 회사를 만든다’가 그들의 모토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여 토론한 후에 나온 결론이 이 한 문장이라고 했다. 우와! 어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완벽한 표현이다. 우리 아이를 취직시키고 싶은 회사라면 급여, 대우, 기업문화가 어떠해야 하겠는가. 그들의 애정과 헌신이 느껴지는 듯해서 감동적이었다.
한번은 혁신과 윤리경영, 사회봉사를 실천하기로 유명한 유한킴벌리의 간부를 초대하여 이야기를 들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조사 한국 내 1위로 뽑혔던 회사다. 그는 직원이 자기가 일하고 싶다는 것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이 회사를 추천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렇지! 지인이 “너희 회사 어떠냐?” 물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답하는가. “여기 별로야. 뭐 이런데 들어오려고 그러냐?”는 실망스러운 대답을 하는가. “할 수만 있다면 꼭 들어와라. 너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회사다.”라고 할 수 있다면?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그만큼 의미 있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 <포춘>의 일하기 좋은 기업에 연속 1위로 선정된 미국의 투자금융사 에드워드 존스는 인건비의 3.8%를 교육비로 책정하고 1인당 교육시간이 146시간에 달했으며(미국 평균은 27시간에 불과), 회사 지분의 25%를 직원들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였다.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데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신세대 직원들의 직장 선택 기준에 최상위로 랭크되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는 항목과 일치한다. 그 밖에 일하기 좋은 기업 상위 기업들의 특징은 해고가 없거나 아주 적으며,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활발하고, 보험, 연금이나 휴직제도 등 복지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고, 직원들을 위한 포상과 파티가 대단히 많은 특징을 보인다.
아마 경영자로서 이런 일터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호프데이, 칭찬릴레이, 신문고제도, MVP 선발 등 직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 제도들은 경영자가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거두고 있는가?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런 것들이 한때 유행하다 사라지는 붐으로 끝나지 않도록 경영자가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동떨어진 하나의 이벤트여선 안 된다는 것. 직원의 복지, 의사소통, 분배 등 조직의 모든 면에서 일관되게 직원에 대한 지지 지원이 행해질 때에만 그런 이벤트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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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숙은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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