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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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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품질 불량으로 신뢰 잃어…‘스마트’ 골칫덩어리로 독일 자동차의 상징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4월6일 베를린에서 열린 올해 정기주총에선 경영진들에 대한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승용차부문에서 거둔 순이익은 전년도의 절반 수준인 16억7천만유로에 불과했다. 주가도 연일 실망스런 수준을 맴돌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품질상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고 품질의 명차라는 자존심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린 셈이다. 지난해 이래 메르세데스-벤츠는 주행 도중 문짝이 저절로 열리고 플라스틱 이음매부문의 끝마무리가 완전치 못하다거나, 혹은 각종 전기장치가 잦은 고장을 일으킨다는 등의 고객 불만이 끝없이 이어졌다. 얼마 전에는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130만대 리콜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품질 문제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셈이다. 지난해 승용차부분의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도 회사측이 품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초 예상치 못했던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던 탓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야심차게 선보인 소형 모델 스마트(Smart)의 장래성에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막대한 비용만 집어삼긴 채 별다른 반응을 끌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는 벤츠에겐 가장 커다란 골칫덩어리로 남아 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스마트 생산에만 12억유로 이상의 특별 재원이 추가로 할당되기도 했다. 이쯤 되자, 주주들과 전문가들은 스마트 모델의 생산 중단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경영진을 몰아세우고 나섰다. 스마트 모델 개발비용으로 이미 26억달러를 투자했던 회사측은 이 부문에서 지난해에만 6억유로 이상의 순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경영진은 당초 오는 2006년부터는 순익을 낼 것이라 주장했지만, 지금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영진은 한때 스마트 모델로부터의 완전 철수를 고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부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스마트 모델을 계속 끌고 나가겠다는 것. 다만 스마트의 레저용 모델인 스마트 로드스터만은 올해 말에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츠비시와 합작으로 추진 중인 4인승 스마트 모델에 대해선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땅에 떨어진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물론 크라이슬러의 일부 모델이 히트를 치고 있고 상용차부문에선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은 아직은 위안거리다. 다만 품질 문제가 제때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갈수록 매출이 더욱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미래 역시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밑 빠진 독처럼 손실을 늘려가고 있는 스마트 모델에 대해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자동차 역사 그 자체와 함께해 온 메르세데스-벤츠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련의 세월을 겪고 있는 중이다. Hannes B. Mosler/ 객원기자 mino@econo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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