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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5 19:00 수정 : 2005.04.15 19:00

부실채권→부동산→은행…“그래도 배고프다”

“이제는 기업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준 틈을 타 국내에 물밀듯이 들어와 이익을 챙긴 대형 외국자본들이 이제는 그 ‘실탄’으로 국내 기업들을 노리고 있다.

이들 외국자본은 부실기업들의 채권을 사들여 되파는 방법으로 돈을 번 뒤, 빌딩 등 부동산 매입과 매각을 통해 돈을 불렸다. 이후 주요 외국자본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국내 은행들을 사들였고, 이익실현 단계에 이르자 또 다른 사냥감인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에서 직간접적으로 확보한 대출 정보와 기업 내부정보를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칼라일·뉴브릿지캐피탈·론스타등
되팔아 챙긴 이익으로 ‘실탄’ 비축
사들인 은행 통해 기업정보 샅샅이
눈총 피하려 우회 인수·합병 골몰

“우린 아직 배가 고프다”=칼라일, 뉴브릿지캐피탈, 론스타 등 외국 대형펀드들은 이미 올해 초부터 자금을 축적하고 대상 기업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내에서 번 돈 외에 외국에서 새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5조~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투자증권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칼라일은 특히 저평가된 국내 기업들을 사들이기 위해 5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했으며, 제이피모건에쿼티파트너스도 최근 한국과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5억~10억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에 들어갔다. 뉴브릿지캐피탈과 론스타도 한국 기업시장을 겨냥해 국내외에서 최소한 1조원씩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투자증권사 사장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은행을 매입했던 외국자본들은 주채권은행 자격으로 많은 기업들의 내부 정보를 세밀하게 살펴왔기 때문에, 인수합병 시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이었던 동아건설 파산채권 입찰에 참여하려다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논란이 일자 슬그머니 중도 포기했다. 동아건설 파산채권을 사들이면, 동아건설에 보증을 선 국대 최대 물류업체 대한통운까지 인수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주식의무 보유기간(2년)이 끝나는 올해말부터 지분을 팔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하이닉스, 현대건설을 포함해 지난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의류업체 신원의 최대 채권자다. 여전히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기업들이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다.

뉴브릿지캐피털도 지난 98년 제일은행을 사들여 올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팔 때까지 5년동안 경영권을 유지했으며, 칼라일도 지난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3년4개월 만에 시티그룹에 매각했다.

대책은 없나=한 국내 투자자문사 임원은 “외국자본에 대한 인식이 좋지않아 이들은 직접 움직이기 보다는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에 돈을 대거나 자금 출처를 숨기고 제3의 외국 펀드 이름으로 기업 인수·합병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 파악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기업 경영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확보할 땐 주요 주주 등 자금내역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서류회사(페이퍼컴퍼니)만 만들면 얼마든지 빠져 나갈 수 있다.(<한겨레> 15일치 21면) 미국은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주주 공개대상을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대순 변호사는 “그동안 외국자본에게 확짝 열어준 문을 하나하나 점검해 고쳐나가고, 내·외국인 차별없이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영권이 외국 자본에 노출돼 있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는 재벌그룹들보다 자금력이 취약하고 우호지분을 동원하기 힘든 중견기업들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주요 외국펀드들은 초기 부실채권을 팔아 남긴 이익으로 부동산을 사고 팔아 역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있다. 건설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 98년말 1540만평이었던 외국인 보유 토지는 지난해말 4772만평(여의도 면적 19배)으로 급증했다. 이후 이들의 주공략 대상이었던 은행업은 현재 8개 시중은행 중 3곳이 외국계로 넘어갔고 나머지 5개 은행도 외국인 지분율(2004년말 현재)이 평균 50%를 넘는 상태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저평가 알짜기업이 표적

정부가 주요 주주이거나
구조조정 진행기업 대상



대형 외국 펀드들은 어떤 국내 기업들을 노리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는 숨은 알짜기업들을 포함해 △정부 및 채권단이 주요 주주인 기업 △화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을 최근 마쳤거나 진행중인 기업 △경영권은 유지하고 있으나 최대주주 지분율보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 등을 꼽고 있다.

특히 기업 내재가치는 매출, 수익성 등 영업관련 지표와 시가총액보다는 현금성 자산, 토지, 채굴권 등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주요 목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펀드는 어차피 차익실현이 목표이니만큼 청산해서 얻는 수익이 주식 매입에 들인 비용보다 크다면 매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기업으로는 하이닉스를 포함해 남선알미늄, 고려산업, 쌍용 등 10여곳이 있으며, 국제상사, 대한통운, 나산 등은 법정관리가 진행중이다. 또 정부 및 채권단이 최대주주인 주요 기업으로는 동해펄프, 현대건설, 엘지카드, 새한 등이 있다.

이밖에 지난해말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10% 이상 따돌린 기업(경영권이 넘어가지 않은 기업)으로는 대림산업(외국인 지분율-최대주주 지분율=44.6%), 제일기획(41.9%), 삼성전자(37.8%), 현대차(25.1%), 대한해운(23.5%), 현대상선(20.5%) 등이 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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