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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투자 과열이 우려되자 현재 철강을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업체별 생산량 한도를 정해놓는 등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사진은 조강 생산량이 2006년 현재 2253만t으로 중국 최대 철강회사인 상하이 보산강철의 공장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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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과열 우려로 일부산업에 억제책 시행
서부대개발·북경올림픽 등 개발호재 줄이어
“10% 고성장 위해 20%대 투자 유지” 전망
진단! 차이나 리스크 /⑧ 진정되지 않는 투자과열 #포스코의 중국 현지 스테인리스 생산 공장(장가항포항불수강)의 정길수 총경리는 올해 초 중국의 철강 판매상 10여명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제품을 살 돈이 없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포스코에서 제품을 구입해 중국 기업들에게 파는 중개상 역할을 하는 이들은 대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포스코에서 물건을 사왔는데,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가 은행들에 대출총량을 규제하면서 그 여파가 이들에게까지 미친 것이었다. 정 총경리는 지난해와는 달리 판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중앙정부가 쓰촨성 청두시에 내려보낸 1호 문서 내용은 ‘서부대개발’ 관련 투자를 더 늘리라는 것이었다.” 청두시에서 서부대개발과 관련한 ‘도·농통합공작위원회’을 맡고 있는 천소우충 부주임(부위원장)은 ‘중앙정부가 긴축 정책을 펴면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의 동부지역에 대한 투자는 억제하지만 개발이 뒤떨어진 서부지역에 대한 투자는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12개 성·시로 이뤄진 서부지역은 인구가 전체의 22.3%에 불과하지만 면적은 57%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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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목별 GDP 기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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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 정부는 철강을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생산량 한도를 통제하고 있다. 철강의 경우 각 업체마다 생산량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생산설비를 확장하려면 기존의 노후화된 설비를 폐쇄해야 한다. 그러나 내륙 개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와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이어서 투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별로 없다. 중국 철도부는 이달 초 7820㎞의 철로를 신설하는 데 4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들로는 서부대개발 외에 중부굴기(후베이성 등 중부 6개성 발전 계획), 동북진흥(랴오닝성 등 동북 3성 발전 계획) 등 내륙 지방 개발이 있으며, 예정돼 있는 국제 행사로는 베이징 올림픽 외에 2010년 상하이 엑스포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있다. 지방정부간 실적 경쟁도 투자 과열을 지속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중앙정부가 긴축정책을 펴도 지방정부는 자신들의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특히나 올해는 관료들이 5년 만에 바뀌는 시점이어서 그런 경향이 더 짙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의 경기침체를 계기로 세계 경제가 크게 둔화할 경우 중국 경제도 상당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중국의 투자 과속에 일정 정도 제동을 거는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1% 수준이다. 그렇다 해도 중국의 투자는 20%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 정부는 10% 이상의 고도 성장을 해야만 이농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 불만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출 둔화 부분을 소비나 투자를 늘림으로써 보완할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최근 폭설 피해로 드러난 운송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운송과 전력 부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가능성도 있다. 장쇼징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 주임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때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당시 중국의 수출 증가율과 재정지출 증가율이 정반대로 움직였다”며 “이는 수출 수요 둔화를 국내 투자를 정책적으로 늘림으로써 극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청두/글·사진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개발붐 타고 땅값 2배 이상 폭등
서부대개발 중심 청두시…중심가 1㎡당 1700만원 이르러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내륙에 있는 쓰촨성 청두시와 충칭직할시를 신특구로 지정했다. 이 두 곳을 발판 삼아 동부 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는 서부 지역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21일 청두시에서는 지하철을 새로 깔고 쇼핑몰 등 대규모 건물들을 짓느라 곳곳에 공사판이 벌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5년간 살았다는 조선족 이봉화(25)씨는 “지난해부터 지하철 공사와 아파트 건설 공사로 하루하루 길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준 코트라 청두무역관장은 “지난해 신특구 지정 이후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등 화교 자본들이 들어와 땅값이 두배나 뛰었고 시내 중심가의 땅값은 1㎡당 13만위안(약 1700만원)에 이른다”며 “서부대개발은 이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청두시는 주변에 농지가 많아 도시와 농촌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도·농통합 신특구’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혁신뿐 아니라 농촌의 도시화와 공업화도 망라돼 있어 종합 개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청두시의 인구는 1100만명, 청두시가 성도로 있는 쓰촨성의 인구는 8750만명에 이른다. <한겨레>가 확보한 청두시의 ‘도·농통합 신특구 건설 추진 방향’ 자료를 보면, “국가급 하이테크 기술 개발구와 국가급 경제기술 개발구를 핵심으로 전자정보, 생물제약, 자동차, 석유화학, 항공우주 등 산업 클러스터를 대대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청두시는 이미 25개 하이테크 산업 프로젝트에 715억위안을 투자했고, 도·농 일체화를 위한 교통망 건설 등 인프라 확충에 1911억위안을 투자한 상태다. 금호고속 청두 현지법인(청두성우운업유한공사)의 김기우 총경리는 “쓰촨성의 고속도로 총거리는 현재 1838㎞인데, 2010년까지 완공하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는 곳만 1322㎞에 이른다”며 “금호고속의 매출이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두/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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