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0 21:36
수정 : 2008.02.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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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다임의 소방차(위), 빅솔론의 영수증용 프린터(아래 오른쪽), 씨모텍의 무선 모뎀(아래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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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다임·빅솔론·씨모텍 등 판로 뚫고 이름알리기 ‘성공’
자사 브랜드로 수출에 나서는 강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오이엠(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같은 ‘얼굴 없는 수출’에 머물렀던 국내 중소기업들이 브랜드 명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 펌프 트럭, 굴착기용 부품 등을 만드는 에버다임은 10년간의 노력으로 ‘브랜드 시행착오’를 넘어선 사례다. 애초 축산업을 연상시키는 한우라는 회사이름을 영문명인 한우티엔씨로 바꿨지만 ‘낯설고 발음도 어렵다’는 국외 바이어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새 브랜드를 찾는 데 매달린 회사는 지난해 봄 내구성과 친환경을 앞세운 에버다임(에버레스팅 패러다임의 줄임말)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임직원 네 명으로 브랜드 전담팀을 꾸려 국제전시회에서 브랜드 출범 행사를 여는 등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함현종 이사는 “2005년 270억원이던 수출액이 지난해 860억원까지 급증했다”며 “수출의 세 가지 고비인 품질·판로·브랜드 확립을 모두 극복한 셈”이라고 말했다.
빅솔론은 과거의 ‘브랜드 우산’을 벗어나는 데 성공한 회사다. 2002년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이후 사용료를 내는 조건으로 ‘삼성’ 브랜드를 달았던 빅솔론은 2004년부터 자체 상표를 만들어 엡손 같은 세계적 브랜드와 경쟁 중이다. 연간 300억원어치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65%의 매출신장을 기록했으며, 브랜드 사용료를 쓰지 않은 데 따른 수익성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
섬세한 변화가 성패를 가른 사례도 있다. 무선 데이터 통신기기 전문업체인 씨모텍은 2005년 말까지 수출 제품에 ‘CMOTECH’이라는 브랜드를 새겨넣었는데, 국외 바이어들에게 어떻게 발음하느냐는 질문을 받기 일쑤였다. 브랜드 개발업체와 수개월 동안 협의한 끝에 내린 결론은 기존 브랜드를 살리되, 읽기 쉽도록 대문자 시(C) 다음에 줄을 그어주자는 것. ‘크모텍’이라고 잘못 읽히던 이름을 ‘씨모텍’으로 바로잡은 회사는 지난 2년새 수출액이 7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저가납품의 굴레를 벗고 안정된 구매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기 브랜드를 키우는 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브랜드앤컴퍼니의 최윤희 부사장은 “국내 중기들은 품질이 좋은데도 브랜드의 힘이 약해 마케팅에 애를 먹는다”며 “외국에 상표등록을 할 때 현지의 어감 등을 섬세하게 따지고, 전담팀을 꾸려 새 브랜드를 2년 이상 가꿔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수출 실적이 500만달러(약 48억원) 이상인 중소기업 중 자기 브랜드가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중소기업 글로벌 브랜드 육성사업’을 지속 추진해, 2012년까지 고유 브랜드 수출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을 50개까지 육성할 계획이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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