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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4 19:07 수정 : 2008.02.14 19:37

진단! 차이나 리스크

잇따른 경제위기론에도 되레 “긴축” 자신감
“빈부격차 해소하고 조화로운 사회” 과제로

[ 진단! 차이나 리스크 ]

⑨공산당 리더십 시험대에

그들은 너무나 태연했다. 최근 급락하고 있는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거품 등을 들이대며 ‘중국경제 위기론’를 거론해도 애써 무시했다. 중국공산당이 과연 이런 ‘위기’를 제대로 대처해 나갈 수 있겠느냐는 공세적인 질문에도 걱정할 것 없다며 여유를 부렸다. 지난 달 말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공산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경제에 관한 당의 영향력은 건재하다“며 ‘중국위기론’을 일축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공산당은 중국경제 발전을 위해 한단계씩 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탄탄하고 유연한 중국공산당=이들이 중국경제에 대한 공산당의 리더십에 자신감을 갖는 일차적인 원인은 당 조직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공산당원은 7400여만명.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성, 현, 진 등 지방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최고 엘리트로 당원을 충원하는 중국공산당은 중국 내 유일한 최대 정치조직이다. 공산당은 특히 중앙-지방 정부 조직은 물론 군부의 인사권과 기율권을 독점함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장시전 베이징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일관된 이데올로기와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정책에 관한 당의 장악력은 절대적”이라며 “앞으로도 일관되고 효율적인 경제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민주화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부성장까지는 비록 제한적이지만 선거에 의해 뽑고 있다. 지방정부 과장을 뽑을 때도 계장들이 3명을 추천해 국장단의 심사를 거쳐 선출한다. 직접 선거 방식을 점차 확대 적용해 나가고 있다. 일당 독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면서 인민들의 정치참여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이 소리 없이 진행 중인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이데올로기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당 관계자는 “중국공산당은 교조적인 조직이 아니다. 늘 당시 상황에 맞추어 변화해 왔다. 이제 경제정책도 계급적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도 아주 유연한 자세로 경제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권력의 핵심을 상징하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지난달 2일 오전 군인들이 마오쩌둥 전 주석의 초상화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징/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세계 경기침체 영향은 제한적=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세계경기 침체가 중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주가가 요동을 치고,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부동산값도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장시전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중국의 수출이 영향을 받고, 외국의 직접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의 국내 소비 규모가 크고 여전히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경제가 위기에 빠져들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긴축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대학교에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교육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중국 경제 규모에 비해 서브프라임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며 “여전히 경기가 과열이기 때문에 당은 긴축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공산당은 경제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때까지 긴축 정책을 펴나갈 것이며, 성장률이 최하 8%선까지 하락하는 것은 용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는 지난 해 11.4% 성장하는 등 2003년 이후 5년 내내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에 대한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경기 변동도 중국공산당의 통제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 그래도 고민은 있다=그렇다고 중국공산당이 여유만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산당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다.

중국공산당 간부 교육을 맡고 있는 한 고위인사는 “지금 중국 인민들은 너도나도 주식이나 부동산 열풍에 뛰어드는 등 사행심리에 빠져 있다. 이런 자본주의적 속성을 가장 싫어하는 게 사회주의인데,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이 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중국공산당은 계층간 소득 격차, 도시와 농촌의 격차, 동부와 서부의 격차 등 각 부문별 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조화로운 사회’도 분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런 격차가 공산당 뜻대로 쉽게 해소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 당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빈부 격차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런 전망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부가 쌓여야 분배(격차 해소) 얘기를 할 수 있다. 언제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일당 독재체제인 중국공산당의 의사결정 구조와 부패 문제도 적잖은 위험을 안고 있다. 당 간부 교육을 맡고 있는 고위인사는 “당이 1인 지배체제가 아니고 집단지도체제이며, 최근 내부 민주화도 상당히 진전됐다”면서도 “그러나 당이 결정을 잘못할 때는 엄청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문화대혁명을 예로 들기도 했다.

중국공산당이 내부 민주화를 진전시키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적 성장으로 인한 폐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소해 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공산당의 리더십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끝>

베이징/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협찬 : 하나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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