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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왼쪽)와 엘지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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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터치스크린 방식 한계 뛰어넘자” 휴대전화 업체들이 ‘햅틱’ 기술로 소비자들의 손가락 끝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전시회에서는 햅틱 기술을 채택한 휴대전화 신제품이 대거 선보였다. 엘지전자와 삼성전자가 햅틱 기술을 사용한 터치스크린 휴대전화를 대거 선보였고, 노키아도 내놨다. 한결같이 햅틱 기술로 터치스크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단말기의 무게와 크기를 키우지 않으면서 화면을 넓히는 방안으로 자판을 터치스크린으로 바꾸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낯설어하는데다, 버튼이 눌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반복해 눌러 오동작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안승권 엘지전자 휴대폰사업본부장은 “햅틱 기술로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했다”며 “올해는 터치스크린 휴대전화로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만족을 주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경주 정보통신총괄 기획팀장은 “소울 단말기를 만져본 관람객들마다 ‘색다른 느낌을 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보다폰과 티-모바일 등 유럽의 이동통신 업체들도 좋은 반응을 보여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햅틱이란 ‘만지는’이란 뜻이다. 컴퓨터 엔지니어들은 ‘촉각 기술’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 컴퓨터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줄 때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등장하면서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게 햅틱 기술이다.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에 더해 촉감과 함께, 촉감의 강약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다. 햅틱 기술은 촉감을 주는 것과 힘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나뉜다. 촉감을 주는 기술을 이용하면,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할 때도 진짜 환자의 몸을 만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할 수 있다. 힘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이용하면, 놀이공원 등에서 화면 내용대로 의자를 움직여 실감을 더하게 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는 이전에도 햅틱 기술이 사용됐다. 벨소리 대신 진동을 통해 전화가 걸려오거나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사실이 사용자에게 통보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터치스크린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햅틱 기술의 채택도 과감해지고 있다. 햅틱 기술을 통해 휴대전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빠르면 다음 달부터 에스케이텔레콤(SKT) 가입자들에게 공급할 예정인 새 단말기를 햅틱 기술을 사용해 차별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 단말기를 설계하면서 자판을 없애고 터치스크린을 채택하는 대신 햅틱 기술을 적극 채용해 소비자들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터치스크린의 메뉴를 눌렀을 때 손 끝에 느껴지는 떨림을 80여가지로 세분화해, 처음에는 어떤 느낌일까 기대하게 만들고, 익숙해진 뒤에는 중독돼 계속 삼성전자 단말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햅틱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애인이나 가족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거나 문자메시지가 왔을 때는 색다른 형태의 진동을 울려 사용자가 알게 하고, ‘효과 진동’ 기술을 개발해 효과음처럼 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의 김자영 책임은 “휴대전화 자판이 터치스크린으로 바뀌는 흐름에 따라 햅틱 기술의 채택은 더욱 과감해질 것”이라며 “시각장애인이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떨림을 메뉴별로 다르게 설정해 이용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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