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9 19:15
수정 : 2008.02.19 19:38
조사연구실장 주장…내부서도 “줄대기 비칠라” 우려
윤증현 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 이후 처음으로 금산분리 완화론이 금융감독원 내부에서 나왔다. 금산분리는 재벌 같은 산업자본에게는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로, 그간 금융감독 당국은 공식적으로 이 원칙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고 유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이병화 금감원 조사연구실장은 최근 펴낸 〈축조해설 은행법〉이란 제목의 저서에서 “각종 규제는 규제환경의 변화와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진화돼야 한다”며 “산업자본의 은행주식소유(규제)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자유로운 경제적 선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간의 여유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19일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한 배경에 대해 “과거와 달리 대주주 신용공여 제한 제도 등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2000년 이후 많이 구축됐다”며 “이런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금산분리를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금산분리 논란은 금융현실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정치 쟁점이 되면서 도그마가 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실장의 이런 주장을 놓고 금융감독 당국 내부에선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론적 측면에서만 보면, 이 실장의 주장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금산분리 완화는 곧 특정 재벌에게 은행 소유의 길을 열어주게 되는 국내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쉽게 주장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새 정부 코드맞추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새 정부가 (현 정부와 다르게) 금산분리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면, 개인의견이라고 하더라도 공개적 의견 개진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칫 감독당국의 줄서기로 해석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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