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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1 14:31 수정 : 2008.02.21 14:31

열린조직·특화·인력극대화 3박자…업계 긍정 영향
“정보·소비취향 급변해 더 늘것”…성장한계 지적도

명품잡지와 철제 조각품, 유에스비(USB)….

언뜻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아이오셀에는 명품잡지에서 조각품까지 패션업체에나 어울릴법한 장식물이 즐비하다. 임직원 27명으로 이동식 저장장치를 만들어 한해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 회사가 풍기는 첫 인상은 범상치 않다. 자사 제품들은 유명 전시회 출품작처럼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유리 진열대 안에 비치돼있다. 디자인팀원들과 함께 인근 미술관과 전시회를 즐겨 찾는 아이오셀의 강병석 대표는 “뱅앤올룹슨이 전화기나 티브이에 수천만원의 가격을 매길 수 있는 힘은 디자인”이라며 “시장 성숙기에 접어든 유에스비도 명품 지위를 얻으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당백’ 미니기업들이 중소기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오셀을 비롯해 동성중공업, 심팩이엔지, 엘코스, 티엘아이 등은 열린 조직문화, 특화된 틈새시장, 인적자원 극대화 등을 바탕으로 한 사람당 5억~1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초우량 미니기업들이다. 이들은 6명이 일하면서 미 항공우주국에까지 납품을 하는 일본의 금형업체 오카노공업, 직원이 20명뿐이지만 세계 최고의 과학수사 장비업체로 꼽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로핀처럼 창의와 혁신으로 ‘다윗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오셀은 특히 기동력과 유연함이 돋보인다. 회사내 조직은 경영지원과 연구개발 부문뿐이고, 생산라인은 100% 아웃소싱했다. 조현덕 기술전략팀장은 “직급체계와 상관없이 수시로 자유롭게 모여 회의를 한다”면서 “제품 이름 중 티타임, 카스텔라 등 군것질을 연상시키는 이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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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동성중공업은 관성을 깬 새로운 영업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업체다. 지난 2003년 건설영업 부문을 모두 없애고 석·박사급 기술개발 인력들에게 직접 영업을 맡기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동성의 허필수 대표는 “일반적으로 철골구조물 시장은 기술경쟁력보다는 정해진 물량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수주를 하는 전형적인 레드오션”이라며 “신기술을 도입하고 영업과 시공 등 전과정에 엔지니어링 요소를 집어넣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성은 또 사장 한명에 의존하는 대다수 중소기업들과 달리 수금과 공사대금 집행 등의 권한은 팀장급에게 대거 넘겨줬다.

8명의 임직원이 수입 철강을 반가공한 뒤 유통시키는 심팩이엔지는 보수적인 철강시장 풍토에 ‘벤처 정신’을 불어넣고 있는 기업이다. 심팩(옛 쌍용정공)의 계열사 중 하나인 심팩이엔지는 애초 관계사에 철강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됐는데, 지금은 480억원 연매출 중 절반 이상을 일반 판매를 통해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양정보 상무는 “과거 기술자 한두 사람에게 의존하던 가공과정을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기술관리에 힘을 쏟은 게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니기업의 활성화가 기업 생태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조사연구실의 김찬진 전문위원은 “아이티 기술의 발달 등으로 정보 취득이 빨라지고 소비자 취향이 급변하면서 우량 미니기업들의 출현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과거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에서 이제 속도와 핵심의 경제로 전환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백필규 연구위원은 “50명, 100명 이상으로 기업규모를 키울 경우 경영전략이나 품질관리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이들이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때 영업이익률이 20%대에 이르렀지만 최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반도체설계회사들의 예에서 보듯, 관련시장이 성숙하면서 성장한계를 맞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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