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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인근에 있는 합성세제의 원료인 선형알킬벤젠(LAB) 공장 모습. 지에스건설은 2005년 3억5천만달러짜리 LAB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안전 사고 등 큰 문제 없이 공사를 진행했고 계약 때 합의한 시점(2008년 5월) 이전에 준공이 예상된다. GS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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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건설사 중동진출 현장을 가다
정유시설 등 대규모 낙찰 잇따라…토목·건축 수요 급증“한국기업 납기 잘지켜 신뢰”…중소·중견업체 진출도 활발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시공사가 이르면 3월 결정된다. 160억달러 중 절반 정도의 공사 물량에 지에스(GS)건설을 포함해 국내 건설업체들이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한번 결과를 지켜봐 달라.” 지난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만난 허선행 지에스건설 전무 겸 해외플랜트 영업부문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허 전무는 “인원 대비 매출 생산성을 높여야 하므로 앞으로는 10억달러(약 9500억원) 이상의 큰 공사만 수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럴 만도 했다. 지에스건설은 지난해 8월 국내 업체가 국외서 수주한 정유·석유화학 플랜트로서는 최대 규모인 20억달러짜리 이집트 모스토로드 정유공장 건설을 따냈다. 올해도 벌써 지난 12일 11억4천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정유 플랜트를 낙찰받았다. 비단 지에스건설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건설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의 국외건설 수주액은 사상 최대인 398억달러로 전년(165억달러)보다 2.4배나 성장했다. 우선 중동 지역의 발주 물량이 늘고 있다. 30년 이상된 기존 석유 생산·이동·저장시설이 노후화돼 교체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 유가 상승이 가속페달 구실을 하면서 플랜트는 물론 토목·건축 분야에서의 신규 수요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물량은 전체의 57%나 됐다.
더욱 긍정적인 측면은 중동 지역에서 한국 업체의 신뢰가 두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동지역 수주액은 228억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3.4배나 늘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지에스건설 선형알킬벤젠(LAB) 프로젝트의 연인옥 현장소장은 “설계·자재구매·시공을 일괄적으로 수주받을 수 있는 곳이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데다, 한국 기업들은 납기를 잘 지켜 한번 써본 발주처는 ‘코리아’ 하면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에스건설이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플랜트를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도 2005년 수주했던 3억5천만달러짜리 선형알킬벤젠 프로젝트를 잘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소·중견기업의 국외건설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2006년 13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7억달러로 늘었다. 마침 국내 주택시장에서 미분양 사태 등으로 활로를 찾기 어려웠던 국내 업체들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건설교통부 박재현 중동플랜트건설팀장은 “국내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시점에 고유가에 힘입은 중동지역의 발주량 증가는 반가운 현상이며 선진국에 견줘 밀리지 않는 기술력을 쌓아온 우리 업체의 노력도 힘이 됐다”면서 “지나친 중동 의존도 위험한 만큼 북아프리카나 중남미 쪽으로도 시장을 다변화해 차분히 인적 네트워크도 쌓아두고 한국의 기술력을 눈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알렉산드리아/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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