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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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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납품단가 후려치기
115억 사상최대 과징금 맞아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부품 납품업체에게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부당하도급거래를 한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100억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21일 삼성전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하도급법 위반으로는 사상최대 과징금인 115억76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 임원 2명에게는 전산자료 열람을 거부하는 등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각 2천만원의 과태료도 물렸다. 지금까지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최고액은 지난해 한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에 물린 30억4천만원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삼성전자 정보통신사업부문은 지난 2002년 말 휴대전화의 원가절감을 위해 내부적으로 납품단가 인하 목표액을 정하고, 국내 충전기 납품업체 7곳에 대해 ‘2003년 상반기 6.6%, 하반기 9.8%’씩 납품가격을 일률적으로 낮췄다. 또 2003년 4월에는 일부 휴대전화 모델의 단종이나 설계변경에 따라 관련 부품을 폐기처리했다는 이유로 해당 부품을 납품한 6개 업체에게 줘야할 납품대금 중 6천여만원을 부당하게 감액했다. 이와 함께 납품업체들에게 핵심기술이 담긴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경영간섭행위를 하고, 납품업체가 생산을 완료한 부품을 납기일보다 2개월~8개월까지 늦게 수령하거나 서면계약서를 뒤늦게 지급한 점도 적발됐다.
공정위 처분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국내 납품업체들의 납품가격이 과도해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구체적인 제재 근거가 담긴 공정의 의결서를 받아 검토한 뒤 법적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희 김회승 기자 dora@hani.co.kr
어떤 부당행위 있었나
원가절감 목표액 70% 단가인하로 해결
납품업체들에 “핵심기술 자료 제출하라” 단가 일률인하에서 핵심기술 빼가기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부당하도급거래 조사 결과에는, 그동안 중소기업들로부터 제기되어 왔던 대기업들의 ‘횡포’ 수법이 망라돼 있다. ■ 납품단가 ‘후려치기’ 삼성전자 정보통신 사업부문은 2002년 말 다음해 경영계획을 세우면서 원가절감 목표액을 1조7433억원으로 정했는데, 이 가운데 단가 인하를 통해 70%에 가까운 1조2002억원을 달성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론 국내 업체에 대해 6397억원, 국외 업체로부터 5086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실제로 휴대전화 충전기 납품업체들에는 2003년 상반기 6.6%, 하반기 9.9%씩 일률적으로 단가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개별 부품의 인하율이 다르다”라고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반박했지만, 공정위는 “납품액을 고려해 업체별 평균을 내보면 인하율이 같다”며 이를 일률적 인하라고 판단했다. 이동훈 공정위 기업협력단장은 “대기업이 원가절감 목표 달성 등 경영부담을 손쉽게 중소 수급업체에 전가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 납품업체 기술 빼가기 핵심 기술 빼내기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2003년부터 2005년 5월까지 납품업체 변경·확대를 이유로, 부품의 제조 공정도, 기구도면, 동작설명서 등 핵심 기술이 담긴 자료를 제출하게 했다. 또 1차 납품업체가 재하도급 업체를 선정하거나 작업자를 변경할 때도 삼성전자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대-중소기업의 기술부문 협력과 관련해, 제3의 기관에 자료를 예치해 요건이 충족될 때만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기술자료예치제’(에스크로)가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의 납품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기업에 기술자료를 넘겨주는 것이 현실이다. ■ 상습적 조사방해 이번 조사는 2004년부터 이뤄진 공정위의 정보기술 분야 대기업에 대한 직권조사의 일환이었다. 당시 실시된 몇몇 업체의 조사는 이미 마무리된 반면, 삼성전자는 증거자료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조사부터 발표까지 2년 반이 넘게 걸렸다. 삼성전자는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대비해 2004년 10월 하도급 자체점검을 하며 단가 품의서에서 ‘정기 네고, 통합 네고, 일괄 네고, 전사차원 정책적 가격지침’ 등 항목을 수정·삭제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5년 6월 공정위가 현장조사 과정에서 개인컴퓨터와 전산시스템에서 나온 단가계약 품의서의 내용이 서로 다르자 원본 대조를 위해 시스템 열람을 요구했지만,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경만 하도급개선팀장은 “나중엔 전체가 아니라 혐의 관련 자료 2~3개의 샘플이 전산시스템에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이도 거부했다”며 “이번에 제재가 가능했던 건 창고에 일부 남아 있던 서류를 찾아낸 덕”이라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들의 공정위 조사 방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8년 삼성자동차 조사 당시 자료 파쇄, 2001년 삼성카드 조사장 출입 봉쇄 등 몇차례에 걸쳐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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