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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기업 영업이익 전망치 월별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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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올 이익예상치 66조…5개월만에 5조↓
원자재 값 급등으로 소재·에너지 실적 타격 커
대외 경제환경의 악화로 올해 국내 주요 상장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사들이 예측하는 주요 상장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뒤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7곳 이상이 전망치를 발표하는 95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를 모아 본 결과, 영업이익 전망치 총액이 지난해 9월에는 71조원이었으나 2월 현재 66조원대까지 낮아졌다.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10월에는 전달보다 1.28% 줄었는데, 올 2월에는 2.59%나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미국발 경기침체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면서 주요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업의 원가상승 압박도 커지고 있다. 김승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5.9%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3.9%를 크게 넘어섰다”며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높을수록 기업의 이익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지난해까지 중국 고성장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던 소재와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감소가 두드러진다. 소재산업의 대표주자인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12월에 4조9천억원으로 전망됐지만, 올해 2월에는 4조7천억원으로 두달 만에 2천억원이나 줄었다. 에너지 부문에서 에쓰-오일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1조2천억원대에서 1조1천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흥시장의 경기 하강 가능성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소재 업종의 경우에는 최근 상승하고 있는 환율로 원자재 가격 부담이 더 높아졌다”면서 “이들 업종의 이익은 원재료값 인상분을 제품가격 인상에 얼마나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기초소재와 에너지 기업들의 이익 감소는 국내 다른 산업들의 수익성에도 큰 부담을 안긴다. 원종혁 에스케이증권 애널리스트는 “소재와 에너지 기업들이 이익 감소를 감당하지 못하고 제품가격을 올리면, 조선과 기계 등 다른 업종들의 이익도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거나 그다지 좋지 않았던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들의 실적 전망치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여기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한몫하고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말 1조9천억원에서 올해 2월에는 2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기가 안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어 한동안 자동차 업체들의 이익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엘지필립스엘시디(LPL)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우 지난해 세계 시장의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제품 판매가격이 올라 꾸준한 실적 회복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수출 업종을 제외하면 전기와 가스, 화장품이나 제약 같은 전통적인 내수업종을 비롯해 은행 등 대부분 금융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속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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