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의 목적세에 포함되는 각종 부담금도 대부분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지배된다. 개발부담금은 개발의 혜택이 부담자에게 주어지므로 지역 간 생활수준의 차이를 가속화시킨다. 부담금과 같은 목적세 비중이 증가할수록 생활환경이 좋은 지역은 세수의 증가로 더 많은 환경개선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소득계층 간 주거지역의 분리는 가속화된다. 목적세의 폐해는 신자유주의 조세정책이 결과하게 될 사회 양극화를 암시한다. 소득만 양극화되는 것이 아니라 거주지역, 생활환경, 문화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나타난다.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제도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저소득층 근로자의 월급봉투에서 4대보험료 부담액이 갑근세를 추월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조세의 관점에서 보면 이보다 역진적일 수 없는 구조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부가가치세와 같은 소비세 역시 대표적으로 역진적인 조세에 해당된다. 매월 100만원을 버는 사람과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은 소비에 차이가 있다. 100만원을 버는 사람은 기본적인 생필품 수요가 있기 때문에 버는 돈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그리고 소비액에는 10%의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 100만원을 다 소비한다면 9만원 정도를 부가세로 부담한다. 반면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은 소비를 많이 해도 버는 돈의 전부를 소비하지는 않는다. 만약 500만원을 소비하고 500만원을 저축한다면 매월 45만원을 부가세로 부담한다. 결국 100만원 버는 사람의 부담률은 10%이고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의 부담률은 4.5%가 된다. 대표적인 역진적 조세이고 세금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더구나 소비세는 물가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 만약 소비자 물가가 요즘처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면 소비세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유류세 등 소비세를 전반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이래 부가세율은 단 한 번도 조정된 적이 없다. 지난 대선 기간 세금폭탄 운운하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벌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통계자료로 밝혀진 바와 같이 조세부담률이 되었건 준조세를 포함하는 국민부담률이 되었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수준이 전반적으로 선진국의 수준에 미달하고 있다. 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취임사에서 12번이나 외쳤던 선진화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점차적으로 높여가면서 재정수입에서 소비세와 목적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세율을 인하하고 4대보험의 역진적 징수체계를 시정하고 반대로 누진적인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점차적으로 인상하는 조세 및 사회보험의 전반적인 개혁이 시행되어야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작은 간접세 비율을 낮추는 것은 정부로서는 힘든 선택이다. 그러나 누진적인 소득세, 법인세만 인하하여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역선택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감세를 하려거든 소비세, 목적세, 간접세, 사회보험, 부담금을 낮춰야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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