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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9 21:22 수정 : 2008.02.29 21:22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주물제품납품단가 현실화 촉구대회에서 “대기업들은 납품단가의 현실화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고철값 급등으로 중소기업들 경영위기 대기업들이 단가 현실화 직접 나서야”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의 올해 정기총회는 대기업 성토장이 됐다. 국내 주물업체의 절반 정도인 240개사를 회원으로 둔 주물조합은 “제품가격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사업자등록증 반납과 납품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지엠대우, 두산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대기업들에 직간접적으로 납품하는 이들이 “수요처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요구와 어떠한 회유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며 ‘일전불사’를 외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 고철값 급등이 부른 생산단가 압박=주물업체들은 선철(쇳덩어리)과 철스크랩(고철)을 함께 녹인 뒤 ‘거푸집’에 부어 제품을 만드는데 선철은 물량부족이, 철스크랩은 가격급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주물조합의 허만형 전무는 “포스코에서 받는 선철은 필요물량의 65%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주물용 고철은 2006년 말 ㎏당 270원이었지만 올초에는 475원선까지 급등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고철가격 상승은 △중국·인도 등의 수요증대와 고철수출 감소 △제강사들의 잇따른 전기로 신·증설에 따른 국내 고철수요 증가 △유통업체·대리점들의 사재기 등이 한데 엉켜 빚어진 결과로 본다. 고철을 쓴다는 점에서 주물업체들은 대형 제강사들과 일종의 경쟁자인데, 구매량이 적은 중소기업들은 판매대리점과의 가격협상에서도 불리하기 마련이다.


주물용 고철(철스크랩) 가격 추이
■ “납품단가 연동제가 대안”=주물제품은 자동차, 조선, 산업용 기계, 공작기계, 생활가전 등의 중간재로 들어가기 때문에 직접 최종수요처인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대기업에게 단가인상을 요구하는 까닭에 대해 인천지역 ㄱ사의 한 사장은 “주물을 받아 가공하는 업체들에게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해도 최종 대기업 수요자들이 단가를 깎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듣기 일쑤”라며 “1차 협력사는 물론 그 아래 단계의 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미치려면 대기업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물업체들은 현재의 납품가격이 경영위기를 불러오는 수준이며, 중소기업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국내 전체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은 “최근 개당 180원 정도 인상요인이 발생한 자동차 부품 쪽은 평균 60~80원 정도만 올랐고, 200원 정도 인상요인이 있는 공작기계는 겨우 80~100원 인상됐다”며 “18개 주요 대기업에 단가현실화 요구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보낸 곳은 한두 곳 뿐”이라고 밝혔다. 부산에 본사를 둔 ㄴ사의 사장은 “2월 들어 마진을 맞추기 힘들어 전자업체 납품을 중단했다”며 “거푸집 제작에 두세달 걸리는 주물업체의 특성상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요구를 끝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원자재난이 빚은 경영위기를 벗어나려면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도급거래 계약서의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에 납품단가연동제 조항을 넣자는 구체적 제안도 내놓았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세종 연구조정실장은 “주물뿐만 아니라 원자재를 쓰는 모든 중소기업들이 최근 납품단가 때문에 애로를 겪는 실정”이라며 “납품단가를 제조원가에 완전히 연동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일방적인 납품취소나 단가인하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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