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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3 19:05 수정 : 2008.03.03 19:05

“휴대폰 장기가입 부모님 잡자” 형제들 쟁탈전

동종 결합상품 이용땐 요금 최대 50%까지 줄어
‘집전화+인터넷+이동통신’ 이종상품도 절약 도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휴대전화를 쓰고 있는 김일남(서울 노원구 상계동)씨 부부는 4월부터 기본료를 각각 20%씩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에스케이텔레콤 휴대전화를 10년 가까이 이용해온 친정 부모님을 발 빠르게 ‘유치’한 덕이다. 올케한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휴대전화 요금을 월 5천원 이상 절감하고, 친정 부모님께 자주 전화를 드릴 수 있게 됐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통신 결합상품과 가입자간(망내) 통화료 할인 요금제가 이용자들을 ‘치사하게’ 만들고 있다. 가족 간에도 약삭 빠르게 행동해야 요금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부터 예약가입 신청을 받고 있는 에스케이텔레콤의 휴대전화 동종 결합상품이 대표적이다. 휴대전화 동종 결합상품이란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가족 단위로 결합상품을 구성하면 요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4월부터 결합상품 구성원들의 가입기간을 합산해 10년 이하이면 구성원 모두의 기본료를 10%, 10~20년이면 20%, 20~30년이면 30%, 30년 이상이면 50%를 깎아준다. 결합상품 구성원간의 통화료도 50% 할인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의 휴대전화 동종 결합상품은 부모·형제·자녀·배우자와 배우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최대 5명 단위로 구성할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들이 이를 통해 요금을 절감하려면, 같은 업체 휴대전화를 쓰고 있는 부모·형제·자매와 배우자 부모를 가입기간이 긴 순으로 줄을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입 기간이 긴 가족을 대상으로 해서는 유치전이 벌어지고, 가입 기간이 짧아 ‘영양가가 없는 가족’은 찬밥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합상품 구성원 사이에는 통화료가 대폭 할인돼, 결합상품 구성원에 드느냐 안드느냐에 따라 이후 통화 빈도도 달라질 수 있다.

한편으론 요즘은 형제자매 수가 많지 않은데다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여서 5명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부모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아들과 딸을 모두 결혼시킨 부모들이 난처한 처지로 몰리는 사례도 예상된다. 아들·며느리가 구성하는 결합상품에 등록하자니 딸·사위 눈치가 보이고, 딸·사위 쪽에 서자니 아들·며느리와 다른 딸·사위가 서운해할 것 같은 것이다. 실제로 에스케이텔레콤 휴대전화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시누이 쪽이 시부모를, 올케나 언니·동생 쪽이 친정 부모를 채가기 전에 서둘러 잡자”는 우스개소리까지 돌고 있다.

케이티(KT)가 지난 달에 내놓은 이종 결합상품도 마찬가지다. 케이티는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함께 쓰고 있는 가입자들이 케이티에프의 3세대 이동통신(쇼)을 함께 이용하면 요금을 깎아준다. 결합상품을 3년 이상 이용하겠다고 약속하면, 집전화와 쇼의 기본료와 초고속인터넷 이용료를 각각 10%씩 낮춰준다. 케이티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이 요금을 할인받으려면, 직계 가족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쇼를 이용해야 한다.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가족들이 모두 에스케이텔레콤이나 엘지텔레콤 휴대전화를 쓰고 있으면, 한 명을 찍어 쇼로 이동하게 해야 한다.

이종 결합상품은 에스케이텔레콤도 오는 4월 내놓는다.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하나로텔레콤의 집전화나 초고속인터넷을 함께 이용하면 요금을 깎아준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동종과 이종 결합상품 이용자들의 요금 중복할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업체의 휴대전화 동종 결합상품 이용자들이 이종 결합상품을 이용해 하나로텔레콤의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이용료까지 할인받으려면, 동종 휴대전화 결합상품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을 탈퇴시켜 이종 결합상품을 구성하게 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결합상품은, 통신업체 쪽에서 보면 가입자 이탈 방지와 요금인하 생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이용자 쪽에서 보면 요금을 아끼기 위해 약삭빠르게 행동하게 만드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통신업체들의 얄팍한 상술로 이용자들이 월 몇천원의 통신요금을 아끼고자 가족을 서운하게 만드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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