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3 19:22
수정 : 2008.03.0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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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불균형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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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달러 약세 탓’에 불균형 다소 개선
한은 “미 적자 요인 여전 급격한 조정 우려”
한국은행은 3일 미국 달러 약세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약간 완화되고 있으나, 불균형을 낳은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의 위험 요소인 불균형은 다시 확대될 수 있으며, 특히 국제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커져 세계경제가 급격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날 ‘세계경제 불균형의 재확대 가능성과 리스크’란 보고서(해외조사실 신원섭 팀장, 박용진 과장)에서 이렇게 밝혔다. 통상 세계경제 불균형은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의 적자액을 합한 금액과 세계 총생산(각국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비율을 기준으로 파악한다. 적자 비율이 커지면 불균형이 확대된 것으로, 적자 비율이 줄어들면 완화된 것으로 본다.
보고서를 보면, 세계경제 불균형은 1995년 세계 총생산 대비 1% 수준에서 2006년 2.94%로 빠르게 확대되다 2007년 2.87%로 완만하게 개선됐다. 지난해 이후 불균형이 다소 줄어든 것은 불균형의 주역인 미국 경상적자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상적자는 지난해 1~3분기 5648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견줘 9.4% 감소했다.
미국 경상적자가 이처럼 줄어든 데는 달러 약세가 한몫을 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2002년 이후 이어지는 달러 약세가 시차를 두고 미국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되는 동시에,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소비 여력이 감소한 결과, 수입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적자가 계속 감소세를 보일지는 낙관할 수 없다. 미국의 높은 소비성향과 공산품 수입의존도, 재정적자 등 불균형을 초래한 요인들에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으로 미국 경기가 회복하거나 달러가 강세로 바뀐다면, 미국의 적자가 늘어나면서 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가뜩이나 많은 미국의 부채를 더 부풀게 해,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불안심리를 키우고 달러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게다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국제금융시장이 매우 취약해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말미암아 불균형에 급격한 조정이 가해질 수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국제금융시장에 난기류가 조성돼 주가 하락, 신용 경색, 국제자금 흐름 위축 등을 빚어 세계경기가 둔화하고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아직까진 세계경제 불균형이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여기에 너무 기대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불균형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경제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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