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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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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요금 인하, 유류세 인하 등 물가안정을 위한 다양한 처방을 내놓았지만 최근의 물가상승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요인이 80%를 차지하고 있어 약효가 크지는 않을 거라는 지적도 많다. 시중유동성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광의유동성 증가율은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급증하면서 13%대로 껑충 뛰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자금의 팽창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로,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늘어난 풍부한 시중자금은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가 부동산 가격 등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경기가 아직까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도 전날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호조가 지속되는 등 그간의 상승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금리인하 대세 거스르기 힘들 듯 =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과 전문가들은 한은이 결국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침체 징후가 확연해지면서 국내 경기하강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추가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만 `독야청청' 금리 동결 스탠스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물가만 빼면 금리 인하를 위한 대내외 여건은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경기는 수출과 소비지표로 본다면 당장은 괜찮은 편이지만 건설수주는 지난 달 13%나 감소했고, 설비투자 역시 0.9% 줄어 넉 달 만에 감소하는 등 주요 경기선행 지표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민간연구소들과 투자은행들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리고 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 하에서는 세계경제의 둔화가 가장 큰 불안요인"이라며 "경기침체를 우려한 미국 등이 금리를 내릴 경우 한은도 보조를 맞춰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불거진 이후 지난해 9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3.0%로 2.25%포인트나 떨어뜨린 데 이어 오는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차는 2.5%포인트나 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금리차가 벌어지면 재정거래 목적의 외국인 채권매수 자금이 더욱 늘어나고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렇게 되면 해외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때마다 외국인의 급속한 포지션 조정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물가의 경우도 국제 원자재 가격 등 외생변수에 의한 것으로 한은의 금리 정책으로 조절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금리인하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 연구위원은 "현재 물가불안은 유가상승에 의한 것으로 금리로 조절하기는 어렵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가 올해 상반기 또는 중반에 저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물가상황 추이를 지켜보면서 한은이 오는 5월께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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