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7 19:47
수정 : 2008.03.0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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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주물공단 주물업체 사장들이 7일 낮 인천 서부공단 앞에서 물량 반출을 막으려고 도로를 지키고 있다.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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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60여곳 참여…일부선 도로막고 시위
고철값 한달새 폭등…“가격 현실화” 요구
원자재값 급등에다 수급 불안으로 신음하던 국내 중소 주물업체들이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대기업을 상대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경북 다산주물공단, 경남 진해·마천 주물공단, 인천 경인주물공단 등 3곳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은 7일 오전 한때 공단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주물제품이 대기업으로 운송되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들 공단은 자동차·선박·가전제품 등의 주요 부품을 만드는 중소 주물업체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의 서병문 이사장은 “7일부터 3일간 전국 조합원사가 공장은 가동하되 대기업 납품은 중단하기로 했다”며 “향후 대기업의 협상 태도에 따라 15일과 21일에 2차, 3차로 납품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물업체들의 한시적인 납품 중단은 지난주부터 예고(<한겨레> 1일치 25면 참조)된 행동이다. 주물조합은 지난달 29일 총회에서 ‘제품가격이 현실화 안 되면 사업자등록증 반납과 납품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문까지 발표했지만, 주요 대기업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납품 중단에 동참하기로 결의한 업체는 다산공단에서 60여곳, 진해·마천공단 60여곳, 경인공단 40여곳 등 전국적으로 300여곳에 이른다고 주물조합 쪽은 밝혔다. 3곳의 공단 입구에는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렸으며, 다산공단 업체 대표들은 한때 공단 입구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물 중소기업들은 1차 납품 중단 뒤 대기업의 협상 태도에 따라 2차, 3차 납품 중단을 단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물업체들의 납품 중단 결행은 일차적으로 원자재값 급등 때문이다. 주물의 원료가 되는 선철(쇳덩어리)과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폭등한데다, 대형 제강업체들이 ‘원자재 재고 확보’에 나선 터라 중소업체들로서는 고철 구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전에 있는 삼우주물의 손광우 총괄부장은 “고철값은 지난 한달 동안 갑절 이상 올랐지만 납품가격은 그대로여서 일을 할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라며 “일단 작업시간을 단축했지만 이 상태라면 휴업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주물제품의 최종 수요처인 대기업들은 납품 중단 사태에 따른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가운데, 일부는 ‘단가 인상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달 중순까지 1차 협력사들과 원자재값 상승분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엠대우 관계자는 “당장 이번주 말까지는 생산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중소기업 관계는 원자재값 급등 등 외부 충격이 생길 때 대기업만 원가 상승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할 수 있는 구조”라며 “파괴적 형태로 흘러가는 하도급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전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고령 진해/손규성 박영률 최상원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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