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2 19:33
수정 : 2008.03.1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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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레미콘업 종사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납품단가 현실화 및 관급자재 입찰 참여 확대 촉구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어 적정가격 보장과 관계당국의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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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12% 인상·관급구매 변화”…대기업 가세
공정위 “업계요구 밀리면 담합 공화국 될 것”
주물업계에 이어 중소 레미콘 제조업체들도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함께 ‘납품단가 현실화 및 관급자재 입찰참여 확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산중단에 나설 계획이어서, 이들의 단체행동이 ‘짬짜미’(담합) 아니냐는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조합원사 임직원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레미콘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업체들은 성명서에서 “최근 자갈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레미콘 가격은 지난 5년동안 제조원가를 밑돌고 있다”며 “이미 많은 중소업체들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부도가 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건설사들의 (납품단가를 올려주겠다는) 답변이 없으면 이달 19일에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며 “공장 문을 닫는 판에 (정부·공공기관 등에 납품하는) 관급인들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납품중단에는 유진, 아주, 삼표 등 레미콘 대기업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레미콘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감안할 때 납품단가가 12%정도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미콘의 주원료인 시멘트 값은 지난해 5월 1t당 4만8천원에서 5만3천원으로 올랐고, 올해 2월에는 다시 5만9천원으로 뛰었다. 자갈도 1년새 1㎥당 26%(3천원 이상)나 올랐고, 모래도 영남 등 일부지역에서 수급불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레미콘업체들은 설명했다. 반면 레미콘 가격은 지난해 7월 관련업계가 1㎥당 4만7000원대로 4%정도 인상하면서 1년간 그 가격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레미콘 업체들은 정부에도 공공구매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레미콘 업체들은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통해 협동조합이 회원사들에게 관급물량을 나눠줬는데, 이 제도가 입찰비리 등을 빚으면서 중소기업간 경쟁제도로 바뀌었다. 레미콘조합은 관급 입찰수량의 경우 전년도 공급실적의 11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몇몇 업체의 ‘독식’을 막고, 지방자치단체의 공사에 지방 협동조합들이 참여할 길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미콘 관급물량은 전체 시장의 20~30%에 불과하지만, 영세업체들은 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문제는 기업들의 단체행동이 소비자나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주물업계에 이어 플라스틱, 제지, 식료품 등 업계에서도 원료값 인상에 따라 납품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레미콘처럼 동업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납품중단’을 선언할 경우, 대-중소기업간 갈등을 넘어서 ‘담합’ 시비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레미콘 업체들의 ‘담합’에 가까운 행위를 허용한다면, 대형 건설사들도 대항카르텔을 형성하는 등 ‘담합 공화국’이 될 우려가 있다”며 “좀 무리가 따르더라도 납품단가 연동제 등 제도적이면서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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