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3 19:55
수정 : 2008.03.13 19:55
부지 부족해 수주 못늘려
중국·북한 쪽으로 ‘눈길’
조선업계 호황에 배의 부품이라 할 수 있는 블록을 만드는 공장 부지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업계가 온갖 묘수를 짜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3일 거제 옥포조선소 옆 매립지에서 복합업무단지 기공식을 열고 공사에 들어갔다. 이 곳에는 2009년 12월까지 15층 규모의 기술센터가 들어서고 이어 고객지원센터와 복지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쪽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생의 모범 사례”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사정은 좀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은 원래 이 곳에 블록공장을 세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공장을 세우지 못하게 됐다. 블록 공장 건설이 한시라도 바쁜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조선소 안에 있는 기술센터 등을 이 매립지로 옮기고 남는 땅에 블록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블록공장 건설 등으로 현재 연간 47척 생산능력을 2012년에는 89척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런 문제는 대우조선해양만이 아니다. 이미 현재 있는 생산설비에서 3~4년간 생산할 수 있는 일감을 수주한 조선업계는 무엇보다도 생산설비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호황 때 더 많은 배를 수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2010년 이후 조선호황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블록공장을 지을 만한 땅은 국내에 거의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최적의 부지라고 할 수 있는 해안가의 대형 부지는 이미 대부분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대불공단 전봇대’ 문제도 부지를 찾지 못한 블록공장이 적합하지 않은 부지에 마구잡이로 들어섰기 때문에 불거졌었다.
이런 탓에 대부분의 업체들은 국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중국 옌타이에 블록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도 중국에 2곳의 블록 공장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은 북한에 블록공장이나 조선소를 세우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에스티엑스(STX) 조선도 중국 다롄에 조선해양 생산기지를 건설중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생산기술이나 수송 편의 등을 생각하면 국내에 블록공장을 세우는 것이 더 이득이지만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업계 전체가 골머리를 싸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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