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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미분양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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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만 48% 늘어…지방은 4%↑ ‘약풍’
상한제 피해 내놓은 ‘밀어내기 고분양’ 탓
올 들어 수도권에서 미분양 주택 가구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분양 증가는 주택업계의 분양값 상한제를 피한 밀어내기식 분양과 주변 시세를 웃도는 고분양값이 겹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4일 국토해양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2만3371가구로 집계돼 1개월새 1만1117가구(9.9%)가 늘어났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1만가구 이상씩 증가한 것으로 1996년 8월(12만3245가구) 이후 처음으로 12만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미분양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1월 증가분을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7100가구(48.6%)나 늘어 모두 2만1724가구가 됐으나 지방은 4017가구(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도권에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분양값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주택업계가 지난해 연말부터 분양값 상한제를 피한 물량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수도권에서도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월별 공급물량으로는 가장 많은 3만가구, 전국적으로는 6만8천가구의 주택이 분양됐다.
여기에다 주변 시세를 웃도는 지나친 고분양값이 직접적으로 미분양을 늘린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요자들은 분양값 상한제 시행에 따라 분양값이 저렴한 아파트를 기다리고 있는 데 반해 최근 밀어내기식으로 쏟아진 아파트들은 분양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 일대에서는 지난 연말 1만여 가구가 한꺼번에 공급됐으나 수요자들이 3.3㎡당 1400만원대에 이르는 고분양값을 외면해 대규모 미분양을 낳았다.
또 수요층이 많은 중소형 대신 중대형 분양이 몰린 것도 미분양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조사 결과, 올해 1~2월에 전국에서 분양된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중소형 청약 경쟁률은 평균 1.65대 1이었으나 85㎡ 초과 중대형은 0.83대 1로 집계됐다. 그만큼 중소형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분양에 나선 수도권 도시개발사업구역의 경우는 20평대를 아예 넣지 않고 30평대(전용면적 85㎡)도 최소한으로 배치하는 등 수익성이 높은 40평대 이상 중대형 위주로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고양시 덕이지구와 식사지구로, 식사지구에서는 대형 건설사인 지에스건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업계는 수도권 미분양 사태가 지방처럼 심각한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분양값 상한제에 따른 밀어내기 분양이 마무리되면서 지난 2월에는 수도권에서 2385가구가 새로 분양되는 데 그칠 정도로 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상반기에는 4월 총선 이후 6월까지 공급이 늘었다가 하반기부터는 분양 물량이 본격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라며, “수도권 미분양은 현 수준보다 더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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