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6 20:45
수정 : 2008.03.1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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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의 시장점유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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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망 개방하고 요금 파격인하
인터넷사이트를 ‘컴퓨터처럼’ 볼 수 있게
이동통신 시장의 ‘꼴찌’ 사업자 엘지텔레콤(LGT)이 모험에 나섰다. 무선인터넷 사업에 전력을 쏟아 음성통화 시절 만들어진 이동통신의 판도를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엘지텔레콤은 오는 4월부터 월 2만원씩 하던 무선인터넷 정액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풀 브라우징’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풀 브라우징이란 네이버나 구글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휴대전화로도 컴퓨터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엘지텔레콤 유원 상무는 “이동통신 시장을 무선인터넷 중심으로 바꿔 판을 다시 짜자는 전략”이라며 “이를 위해 파격적인 데이터통화료 인하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텔레콤의 전략은 경쟁업체들을 곤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엘지텔레콤은 기존 개인휴대전화(PCS) 통신망의 데이터통신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3세대 이동통신망(리비전에이)을 구축해 비용을 덜 들였다. 그만큼 데이터통화료 인하여력에서 경쟁업체를 앞선다.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풀 브라우징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경쟁업체 쪽에서 보면 ‘같이 죽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그동안 각 업체별로 따로 만들어놓은 ‘관문’을 통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네이트’, 케이티에프(KTF)는 ‘매직앤’과 ‘쇼인터넷’, 엘지텔레콤은 ‘이지아이’란 관문을 두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이처럼 각자 관문을 통해 콘텐츠 제공업체와 이용자들을 통제하고, 추가로 수익을 챙기는 기회를 얻고 있다.
풀 브라우징 방식은 이런 관문을 통하지 않고 바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한다. 풀 브라우징 방식 전환을 ‘무선인터넷망 개방’으로 풀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모바일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무선인터넷망 개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체들은 풀 브라우징 방식으로 전환하기에는 휴대전화 화면이 너무 작고 칩 성능도 낮다며 꺼려왔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채택 등으로 휴대전화 화면이 커지고 칩 성능도 높아졌으나 다른 업체들은 여전히 풀 브라우징 방식 채택에 소극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지난 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전시회 때 풀 브라우징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전화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엘지텔레콤의 계획대로라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 활성화의 발목을 잡던 무선인터넷망 개방과 무선인터넷 이용료 인하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무선인터넷의 핵심(킬러 어플리케이션)도 인터넷 검색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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