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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7 16:16 수정 : 2008.03.17 16:16

경제 전반 악영향..수출엔 '호재'

17일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를 돌파하면서 경제운용의 대형 악재로 떠올랐다.

국제적인 고유가로 안그래도 급등하는 물가가 더욱 자극을 받게됐고 이는 내수 위축과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환율상승이 수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으나 이처럼 상승속도가 빨라서는 물가와 수입업체들의 어려움 때문에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로 작용, 오히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물가 폭탄 현실화

원-달러 환율 급등은 오일쇼크 수준의 고유가와 맞물려 국내 물가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원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리지는데다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해 여타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7일 외환시장을 열자마자 1,000원대, 1,010원대를 잇따라 돌파하면서 '1,000원선은 지켜지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여지없이 깨졌고 미국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 소식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실물자산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해져 물가에는 더욱 안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미 2월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2.2%나 상승, 외환위기가 터진 지 얼마되지 않은 1998년 10월(25.6%) 이후 9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물품 중에는 계약 후 바로 수입통관이 이루어지는 상품도 있지만 일부는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들어오기 때문에 한 달 뒤에는 생산자 물가에, 두 달 후에는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게된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가 0.07% 포인트 정도 오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100원 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환율 효과만으로도 소비자 물가가 0.7%나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달러화는 특히 원화에 대해서만 강세일 뿐 국제적으로는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국제유가를 밀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물가급등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수입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주말 100달러를 돌파했고 곡물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들도 동반상승,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새 정부가 환율이 오르면 수출경쟁력은 높아진다는 정책기조를 깔고 있다는 점도 환율급등을 용인하는 것으로 인식돼 물가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3.3% 수준으로 설정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목표달성은 어렵게 됐다.

◇ 경제 전반에 '득'보다 '실'

원론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즉 원화가치 하락은 경제 각 요소별로 도움이 될 수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종합적으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위축 가능성이다. 원화값이 떨어지면 투자에 필요한 자본재나 소비재 등의 수입 가격이 뛰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경상수지 측면에서도 환율 상승은 불안 요인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무역수지에 마이너스(-)고, 해외자본이 환차손을 우려해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투자(FDI)나 주식투자 등을 망설일 가능성이 있어 자본수지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환율 상승이 반가운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원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수출 기업들의 경우 원화 절상은 채산성과 가격 경쟁력에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원화 강세를 업고 급증했던 해외 소비도 줄어 서비스수지도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환율 상승에 편승한 수출 성장은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출 동향에 미치는 영향 강도 측면에서 '수요량' 자체가 '환율'의 3~4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처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해외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 원화 절하는 세계 경기 상승기와 달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당초 정부가 잡았던 성장률 목표(6% 내외), 소비자물가(3.3% 내외), 경상수지(70억 달러 내외 적자) 등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현재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종합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마이너스"라며 "성장률을 낮추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LG경제연구원은 예상보다 가파른 환율 상승 등 최근의 국내외 상황을 반영, 기존 성장률 전망치(4.9%)를 다소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전문가들 "경기에 악영향"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가 세계적으로 약세 통화인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외국인투자자금의 이탈, 2002년 이후 이어진 원화의 과도한 초강세 기조에 대한 반작용, 시장의 쏠림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베어스턴스 쇼크 등으로 미국 금융권에서 실탄이 필요한 상황인데 한국은 돈을 빼갈 수 있는 환금성 좋은 시장인데다 더 이상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 등이 작용하면서 달러화가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보통 3, 4월에 있는 외국인배당 송금 등이 맞물린다면 환율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수급여건에서 무언가 악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은 환율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명확치 않아 기대가 한쪽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세계경제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마저 상승한다면 우리 경제의 거시경제 지표는 물론, 체감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임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 자체는 수출기업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이는 다시 투자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수석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 세계경제의 둔화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출은 기대만큼 늘리지 못하면서 수입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물가마저 불안해진다면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종국 신호경 박대한 기자 satw@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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