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7 19:14
수정 : 2008.03.1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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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해 마천주물조합 사장들이 17일 오전 진해시 웅동 마천주물조합 진출입로인 진주교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기업들의 주물제품 단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2차 납품중단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진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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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협상결렬…3일동안 중단키로
중기협, 전경련에 ‘회장단 간담회’ 제안
1차 납품중단 후 대기업과 단가 협상을 벌였던 주물조합이 협상 결렬을 이유로 다시 납품 중단에 돌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경제의 양 주체인 대·중소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회장단 간담회를 제안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17일 산하 중소기업들이 지역 사업조합별로 3일 동안 납품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북 고령군 다산주물공단에서는 이날 0시부터, 경남 진해시 남양동 진해·마천주물공단은 출근 시간 전후로 조합 관계자들이 공단 입구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주물제품을 실은 차량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자체 검색을 실시했다. 이들은 ‘납품단가 현실화’와 ‘원부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제품가격 연동제 법제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인천지역의 40여 개 주물업체로 구성된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도 이날 오전 10시께 조합 앞에서 업체 사장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물제품 단가 현실화를 위한 납품중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제조원가 급등에도 가격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아 업체들의 줄도산 사태 등이 우려되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어 주물제품 납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들은 2~3명씩 짝을 지어 주물공단으로 통하는 도로 2곳에서 대기업으로의 납품 출고를 막는 감시 활동을 벌였다.
주물조합 관계자는 “1차 납품 중단 후 대기업과 단가 협상에 들어갔지만 일부 대기업이 제시한 인상안이 주물업계가 요구한 수준과 차이가 커 다시 납품 중단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주 현대차가 ㎏당 75원을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나 주물업계의 요구안인 ㎏당 174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주물조합 쪽은 주장했다. 현대차 이외에 단가 인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대기업은 현재까지는 없다.
이번 납품 중단으로 자동차, 조선, 공작기계 등 관련 업종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부품 재고분을 하루나 이틀치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 부품공급 중단이 3일 이상 지속되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물조합 관계자는 “몇몇 기업에서 인상해주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문제는 인상폭”이라며 “다음주 중에 비상대책위 회의를 열고 협상 결과를 종합해 다음달에 생산 중단까지 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중소기업간 실질적인 상생 협력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양 단체의 회장단 간담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달라는 것은 중소기업이 일정 부분 고통을 감내할 테니 대기업도 고통분담을 하자는 것”이라며 “정부는 일회적으로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상호 당사자가 가격을 정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일부 정부 의견이 있지만 대·중소기업이 갑과 을의 관계여서 상호 당사자간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 게 문제”라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연합뉴스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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