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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7 19:29 수정 : 2008.03.17 19:29

‘공룡은행 파산’ 9단계 예견 이뤄져

미국 5위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하루 아침에 구제금융을 받고 제이피모건에 인수되는 처지에 빠지면서, 새삼 관심을 끄는 한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경제에 대한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루비니 교수는 지난달 초 의회에 제출한 한 보고서를 통해 베어스턴스의 운명을 미리 예견한 듯한 분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의 미국 침체와 금융시스템 위기’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금융재앙에 이르는 12단계 길’을 미리 제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긴 시기 동안 거품에서 비롯된 호황을 즐기던 미국 경제는 모두 12단계를 거치며 악몽과도 같은 침체에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게 글의 요지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보고서를 낼 당시(2월) 상황은 이미 8단계 위기에 진입해 있던 시점이다. 즉 맨 첫 단계인 1단계에서 미국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가라앉자 곧이어 부동산 시장과 연결된 각종 금융상품들이 잇달아 문제를 일으켰다.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이름도 낯선 각종 첨단 신용상품들이 날마다 빠지지 않고 언론에 등장하던 단계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쳐 미국 경제는 이미 대형 은행이 실제로 무너지는 제9단계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 주말 실제로 85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어스턴스라는 공룡이 하루아침에 역사에서 사라지는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루비니 교수가 말한 금융재앙 제9단계가 서서히 시작된 것이다.

이제 모든 관심은 자연스레 그가 언급한 10단계 이후의 상황이 실제로 펼쳐질 지에 쏠리고 있다. 파국적인 금융재앙을 뜻하는 12단계까지 남은 것은 이제 세 단계 뿐. 루비니 교수가 예언한 10단계는 미국과 전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 11단계는 자산시장 유동성의 사실상 고갈, 그리고 맨 마지막인 12단계는 위기상황이 한데 얽혀 나타나는 최종적인 금융공황 상태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주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짧은 글에서 “베어스턴스 사례는 9단계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베어스턴스 이외에 또 다른 금융 공룡 한두개의 운명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루비니 교수는 이날은 정작 10단계 이후의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파국에 이르는 길이 이쯤에서 멈췄으면 하는 바람 탓일까, 아니면, 굳이 다시 한번 파국적인 상황을 머릿 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최우성 기자 morgen@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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