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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신권 ‘엇나간 예측’ 환율 상승 부채질 |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배경엔 국외펀드를 운용하는 투신권의 어긋난 환율 예측에 따른 환 헤지 전략도 자리잡고 있다.
국외펀드는 원화를 일단 달러 등 투자하는 나라의 돈으로 바꿔서 투자한 뒤 환매할 때 다시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손해나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투신사들은 특정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원화로 바꿀 수 있는 달러 선물환 계약을 맺어 환 헤징을 한다.
문제는 국내 투신권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국외펀드의 80% 이상에 선물환 매도계약을 걸어뒀으나, 실제 원-달러 환율은 예상과 달리 급등하면서 빚어졌다. 예컨대 3월에 1달러당 900원으로 바꾸기로 한 선물 계약을 지난해에 맺은 탓에, 현재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 되면서 선물환 계약 자체에서 달러당 100원이 어긋나게 됐다.
투신권은 선물환 계약에 따른 결제시기가 다가오면서 증거금 부족을 뜻하는 ‘마진콜’ 위기까지 맞게 됐다. 선물 계약에선 계약 대금의 일정 비율(증거금 비율)만큼의 돈(증거금)을 지불해야 되는데, 계약의 가치가 떨어져 증거금도 해당 증거금 비율보다 아래로 떨어지면서 마진콜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럴 경우엔 증거금을 더 내거나, 해당 계약을 청산하기 위해 그만큼 달러 선물을 매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투신권이 이날 하룻동안 27억달러에 이르는 달러 선물 매수에 나섰고, 바로 환율 급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선물시장에선 올해 초부터 투신권의 과도한 환 헤지가 원-달러 환율에 몰고 올 폭풍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투신권은 환 헤지를 하기로 한 각 국외펀드마다 일정한 환 헤지 비율을 정해 놓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 등 투자한 국가의 증시가 지난해 말부터 폭락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가령 장부가치가 100억달러짜리인 펀드에 80억달러만큼 환 헤지를 걸어놓았다면, 주가 폭락으로 현재 자산가치가 60억달러로 줄어들 경우 투신사는 32억달러에 대해 환 헤지를 풀고 달러를 사야 한다. 이런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높여온 것이다. 주이환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신권이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환 헤지 청산을 위해 사들인 달러 규모가 1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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