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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완묵 KT 국제전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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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러브요금제’ 기획한 황완묵 KT 국제전화국장
외로울때 ‘맘편히’ 고향에 전화하도록다문화가정 전용 40% 할인상품 개발
‘사회 공헌’ 내세워 사내 반대 설득해 “월 9900원으로 아내를 위로해 주세요.” 황완묵(사진) 케이티(KT) 국제전화국장이 외국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13만여 명의 ‘한국 남편’들에게 권하는 말이다. 월 9900원을 더 내면 중국·러시아·타이는 150분, 베트남·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파키스탄·우즈베키스탄·인도·스리랑카는 80분, 몽골·필리핀은 60분 동안의 국제전화를 추가 요금없이 할 수 있는 ‘국제 러브 요금제’에 가입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라는 얘기다. 얼핏 보면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국제전화 마케팅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수익 만을 위한 ‘장삿속 홍보’와는 거리가 멀다. 국제 러브 요금제는 그와 국제전화국에서 함께 일하는 장민정 과장의 공동 ‘작품’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결혼지원센터 이용진 소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아내들이 한국의 낯선 문화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어떻게 풀어줄까 고민하더라구요. 전화로 친정 살붙이들과 수다라도 떨면 좋을 텐데 국제전화 요금이 비싼데다 시부모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대요.” 그는 “이 소장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요금제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 러브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에 견줘 40% 가량 싼 요금으로 국제전화를 할 수 있다. 당연히 내부 반대가 심했다. 그는 “‘사회공헌’이란 수식어를 달고, 대상을 다문화가정으로 한정한다는 조건을 달아 반대를 이겨냈다”고 밝혔다. 시골 어르신들은 아직도 전화요금을 ‘전화세’로 여겨 가능한 한 전화를 걸지 않고 걸려온 전화도 ‘전화세 많이 나온’며 빨리 끊을 것을 재촉한다. 국제전화는 감히 할 생각조차 못한다. 요금이 싸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 황 국장은 이런 분위기를 살펴 외국인 아내들이 홀로 마음 편하게 친정 가족들과 통화를 할 수 있도록 국제 러브 요금제를 휴대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했다. “월 9900원으로 아내의 외로움이 풀어진다면 기꺼이 선물할 만하지 않습니까.” 황 국장은 “아내를 좀더 사랑하는 다문화가정의 남편들을 위해 아내에게 월 1만9천원 내지 2만9천원어치의 국제통화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것도 내놨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조사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13만 가구를 넘고, 중국·베트남·필리핀·일본 출신 차례로 많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사진 KT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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