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9 20:33
수정 : 2008.03.19 20:33
금감원 ‘핵심’ 빠진 의견서 감독 강화키로
투자자들이 회사의 경영 상태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돕는 ‘경영진단의견서(MD&A)’ 제도가 헛돌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감독원이 이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경영진 스스로 회사의 핵심 경영정보를 공시하게 함으로써,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상장기업은 1997년부터 매년 말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면서 ‘이사의 경영진단 의견서’를 첨부서류 형식으로 공개하고 있다.
〈한겨레〉가 19일 삼성전자 등 국내 5대 기업의 경영진단의견서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단순한 숫자 나열에 머물 뿐 ‘원인과 전망’에 해당되는 분석적인 정보는 거의 담겨있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의 경영진단의견서(2006년 말 공시분)를 보면, 2006년 모두 410만대의 자동차를 팔아 37조원의 매출(전년대비 6% 증가)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어려웠던 경영환경 하에서도 견실한 성장을 이뤘다”고 밝혔을 뿐 국내외 환경 및 대응 전략에 대한 분석적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경우 자금조달 항목에서 “2006년 4천억원의 국내사채를 발행했다”고만 밝혔다. 왜 빌렸는지, 어디다 썼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현대차, 에스케이텔레콤, 현대중공업 등의 경영진단의견서는 모두 에이4용지 한장 반 분량에 불과하다. 다만, 포스코가 4장 분량으로 비교적 충실한 설명을 담아 대조를 보였다.
금감원 공시감독국은 이날 자료를 내어 “지난해 9월 현재 자산총액 상위 50개 상장법인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경영진단 의견서가 부실했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은 발표하는 정보가 충실해 투자자들이 이를 투자의 주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조달 현황(금액)만 기재하는 우리와 달리 자금 원천, 향후 자금조달 방안, 자금부족시 대응 방안까지 담고 있다. 노사문제와 지역사회 관련 사항도 담도록 돼 있다. 공시도 1년 단위가 아니라 분기·반기별로 한다.
정용선 금감원 부원장보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오너한테 보고를 할 때 알기 쉽게 핵심적인 회사상황을 설명하는 것처럼 일반 주주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하라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기재요령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지도·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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