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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수도권 레미콘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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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일방적 가격깎기에 재협상 거부…
레미콘 업체들이 19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거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레미콘 업체들의 생산 중단은 단기적으로는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값이 촉매가 됐다. 하지만 강자인 건설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 자주 제 몫을 챙기지 못했던 데 대한 반발이 기저에 깔려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이날 전국 670개 조합원사들이 무기한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서울·수도권 지역 업체들이 참여했으며, 강원·호남 등 일부 지역 업체들도 동참했다. 서울경인레미콘협동조합은 “지난해 하반기에 견줘 시멘트와 자갈, 기름값이 30%, 26%, 20%씩 올랐지만 레미콘 가격은 최근 5년간 제조원가를 밑돌고 있다”며 “레미콘 값이 최소 12% 오르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97년 이후 가격인상 거의 없고 ‘불공정 계약’ 빈번최근 되레 값 떨어져…건설사 손해주장 설득력 없어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성남 판교새도시 3공구를 공사 중인 현대건설 김아무개 부장은 “타설 대신에 전기설비나 배관 공사 등으로 공사를 돌리고 있다”며 “그러나 사흘 정도 지나면 공사를 전면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에스건설 쪽도 “현재 대부분의 현장에서 골조 공사는 못하고 마감 공사만 하고 있다”며 “장기화되면 공사기간이나 입주가 상당폭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는 레미콘업체가 원칙을 깼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 합의 때 ‘올 8월까지는 가격을 유지한다’는 합의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는 또 선분양을 통해 분양가는 정해져 있는데, 철근에다 레미콘까지 값을 올려주면 원가상승을 건설업체가 고스란히 떠안는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레미콘업체 대표로 협상을 책임졌던 쌍용레미콘의 배우영 부장은 “현격한 인상 요인이 있으면 적용일로부터 6개월 뒤 재협상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으려 했는데, 건설업계 쪽에서 ‘몇 년 만에 이룬 합의이므로 굳이 사족을 달지 말고 그런 일이 생기면 대화로 풀자’고 버텨 빠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5년에 건설업계는 두번이나 일방적으로 가격을 깎는 등 1년간은 가격을 유지하는 관행을 건설업계가 먼저 어겨왔다”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 철강화학팀의 한 공무원은 “지난 1997년부터 지금까지 레미콘의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다”며 “영세한 레미콘업체들이 약자여서 협상력에서 균형이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는 고정돼 있는데 원자재값 인상으로 추가 비용이 든다는 건설업계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몇년간은 레미콘값이 되레 내려가 이득을 봐왔다. 한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레미콘 공급 중단을 풀지 않는 한 가격 협상은 없다”며 “정부는 시멘트 원가와 관련된 유연탄의 수입 확보, 그리고 골재 채취 허가 확대 등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건설업계는 지난해처럼 4%대 인상이면 협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방침이다. 대한건설협회 권홍사 회장은 이날 “건설업계가 철근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12% 인상은 과한 측면이 있으며 지난해 수준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허종식 선임기자, 송창석 임주환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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