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1 21:15
수정 : 2008.03.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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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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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벗기·노조 설득용 분분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사진)이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지난해 10월 부임한 김익환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해 기아차는 정몽구 회장, 조남홍 사장 등과 함께 3명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갖췄다. 정의선 사장은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나지만 4명의 등기이사 중 한명으로 해외, 재무, 기획 업무는 계속 전담하게 된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일종의 ‘부담 벗기’ 차원이 아니냐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조와 협의를 벌이는 문제 등에서 정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정 사장이 최근 2년간의 경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보인 만큼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아차의 핵심 과제인 노동 효율성 높이기와 관련해 정 사장이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넘김으로써 일부 부담을 벗게 된 점이 가장 눈에 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최근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 유휴자산을 매각 처분하고 임원들이 연봉 20%를 반납하는 등 자구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 쪽은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가 된 것은 전문경영인을 주축으로 하는 시스템 경영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더 악화될 경우 후계구도가 흔들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등기이사로서 회사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올해 환율상승 등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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