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7 19:17
수정 : 2008.03.28 00:03
주주들 문제제기 사전봉쇄 계획
야유 퍼붓기·바람잡이등 역할 분담
지난해 말부터 태안 기름유출 사건, 분식회계·비자금 조성 의혹 등 각종 내우외환에 시달려온 삼성중공업이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사 임직원 전원을 주총장에 동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주들의 문제제기를 원천봉쇄할 계획을 세워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사원들을 동원해 문제제기를 하는 주주에게 야유를 하는 사전 연습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제34기 정기주주총회 개최’란 제목의 삼성중공업 내부 문서를 보면, 회사는 28일 오전 9시 서울 논현동 서울YMCA 강남지회에서 열리는 주총에 ‘본사 및 건설 임직원 전원’이 주총 시작 1시간20분 전인 7시40분까지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 인사기획팀에서 작성한 이 문서에는 ‘개인 자유복’ 복장으로 총회장으로 바로 출근하라는 말도 덧붙여져 있다.
주총은 주주들이 모여서 회사의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행사로, 보통 임직원들은 주총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진행요원만 참석한다. 모든 임직원을 총회장으로 바로 출근해 입장하도록 하는 것은 소액주주들이 총회장에 자리를 잡는 것을 막고 여러 가지 의혹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 회사의 본사 및 건설 임직원은 560명인 데 비해 주총장 좌석은 400석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은 <한겨레>가 취재에 들어가자 27일 오후 “주주가 아닌 사원은 나올 필요가 없다”는 새로운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삼성중공업 쪽은 26일 일부 임직원을 동원해 주총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의 한 직원에 따르면, 몇몇 직원은 회사 쪽에 유리한 발언을 하는 회의 진행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일부 주주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당신은 몇 주나 가지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하냐”고 야유를 퍼붓는 연습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많은 회사들이 그런 식으로 주총을 진행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심하다”며 “주주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쪽은 “그런 문건은 회사에서 작성한 적이 없으며 주총 예행연습은 통상적인 진행연습일 뿐이었다”며 “주총장에는 진행요원과 실제로 주식을 가진 직원들만 가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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