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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관련 법규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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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보유 상향조정’ 금산분리 2단계 조기실시
금융위 “회계감사 강화”…지분 견제대책 없어
정부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10%로 늘리는 금산분리 2단계 완화 방안을 조기에 실시할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내에 4%로 묶여있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가 10%로 풀릴 전망이다. 그러나 지분 확대에 따른 보완대책이 전혀 마련돼있지 않아 특정 기업이 적격성 심사도 받지 않고 은행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모펀드(PEF)와 연기금의 은행지분 보유 규제를 완화하는 1단계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2단계를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와 연기금에 대한 은행지분 보유규제를 완화해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가 4%에 한정되면 제도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다만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될 경우 사회공헌 및 법률위반 기록 등 대주주 자격을 심사받게 되고 은행에 준하는 회계감사를 받는 등 사후 감독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까지 제약없이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 한도를 10%로 늘리면 특정 기업이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고 10%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지분이 분산돼있을 경우 10%만으로도 은행에 대한 실질적 지배가 가능하고 말한다. 특히 외국인 자본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일 경우 이를 통제할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주요은행들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4~5%에 불과하다. 이처럼 지분이 분산돼있는 경우 10%만으로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캐피탈리서치앤매니지먼트 4.2%를 비롯해 1~3대 주주의 지분이 모두 11.2%에 불과하다.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최대주주인 바클레이즈 4.47% 등 1~3대 주주 지분이 11.8%, 일본 미쓰비시도쿄은행은 일본트러스트신탁 4.17%를 포함해 1~3대 주주 지분이 12.5% 정도다. 기관투자가들의 견제가 없으면 10% 지분만으로 경영권 장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은행들의 지분구조로 보면 10%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5% 안팎의 우호세력만 확보한다면 얼마든지 은행을 지배할 수 있다”며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성급하게 10%로 늘렸다가 금융감독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에 대해서는 10%의 지분으로 실질적 지배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을 좌지우지하던 관치금융 시대와 달리 금융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상황이어서 10%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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