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2 21:02
수정 : 2008.04.0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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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손해보험사별 기술보험 매출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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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보험상품만 팔고 조합은 10% 수수료 챙겨
중소손보사 담합의혹 제기 공정위 “엄밀한 조사 필요”
건설사를 상대로 보증과 신용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건설 관련 공제회가 특정 손해보험사에게만 보험 계약을 몰아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공제회는 적정한 기준에 따라 제휴 관계를 맺었다고 설명하지만, 중소 손보사들은 건설 관련 보험 계약을 특정 손보사들이 독식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과 함께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은 손보업계 4대 대형사인 삼성화재·엘아이지(LIG)손보·현대해상·동부화재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제휴를 맺어 이들 컨소시엄이 설계한 보험상품만 건설사들에게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합은 대형사의 보험상품을 구매한 건설사들에겐 신규 공사 수주 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신용평가 점수를 최대 7점(100점 만점)을 더 주고 있어 개별 건설사들의 선택 폭을 크게 줄이고 있다. 조합은 컨소시엄의 보험 상품을 팔아주는 대가로 보험료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또다른 공제조합인 전문건설공제조합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건설공사손해보험(기술보험)’과 ‘근로자 재해보험’ 등을 손보사들과 개별적으로 계약해왔으나 지난 2006년 8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으로 해당 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건설 공제조합이 최근들어 영업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공제조합과 제휴를 맺지 못한 중소형 손보사들은 대형 보험사 중심의 컨소시엄과 공제조합 간 담합 의혹을 제기한다. ㄱ손보사의 법인영업팀 간부는 “이미 건설 보험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4대 손보사가 앞으론 90% 이상을 쓸어가게 됐다”며 “시장 우월적 사업자가 시장을 독점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ㄴ손보사의 한 팀장도 “앞으로 어떤 건설사가 개별적으로 손보사들과 계약을 맺겠나”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정무한 건설공제조합 과장은 이에 대해 “보험사의 신용등급과 지급여력비율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제휴 손보사들을 선정했다. 공제조합도 영리단체인 만큼 (보험 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가져가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상길 전문건설공제조합 과장도 “정상적인 입찰 과정을 통해 제휴 보험사를 선정했다”며 중소 손보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기준에 미달하는 중·소형 보험사들이 딴죽을 걸고 있다는 반박이다.
공정 경쟁질서 유지를 맡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보험업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신중한 태도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컨소시엄 구성과 제휴 과정에서 특정 손보사 배제 등 부당한 합의가 있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한 간부도 “보험상품의 설계와 판매 등 전분야를 면밀히 조사해 봐야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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