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0 18:14
수정 : 2005.04.20 18:14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아이디어를 채택한 위니아만도도 김치냉장고가 대한민국의 부엌을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김치냉장고는 온 가정의 필수품이자,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가전산업 분야로 성장했다. 김치냉장고가 나온 지 올해로 꼭 10년째가 됐다. 하지만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고급화와 대용량화로 ‘웰빙가전’의 대표 품목 자리를 노리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김치냉장고의 진화=애초 김치냉장고는 일반 냉장고와 달리 저장고를 직접 냉각하는 기술을 채택했다. 기존 냉장고가 건조한 서양 음식에 맞춘 간접 냉각방식이었기 때문에 국물이 많은 김치를 보관하는 데는 안맞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 개발된 김치냉장고는 오로지 보관만 되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숙성기능이, 그리고 김치별 선택기능과 고·저온 분리숙성 기능이 추가됐다. 김치냉장고는 지난해 쌀 전문 보관 기능이 추가된 데 이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식품을 전문적으로 보관하는 ‘웰빙 저장고’ 개념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개념 아래 현재 뚜껑이 위로 달려 사용하기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방안, 발효기능 강화 방안을 놓고 업체들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1991년 만도기계(지금의 위니아만도)는 새 사업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었다. 주력 제품인 에어컨이 여름에만 집중적으로 팔리므로, 다른 계절에도 팔 수 있는 제품을 내달라는 대리점들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야채 보관용 쇼케이스 시장 진출을 고려했지만 중소기업 업종이어서 포기했다. 그 무렵 한 대리점 사장이 제안을 했다. “김치만 따로 보관하는 걸 만들면 어떨까?”검토 결과 일본에는 생선 냉장고가 있고 프랑스에는 와인 냉장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한국에 맞게 김치 보관용 냉장고를 해보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4년 뒤인 지난 95년 11월, 마침내 아이디어가 제품이 되어 선을 보였다. 모델명 CFR-052E, 브랜드명 ‘딤채’. 당시 별칭은 김치냉장고가 아닌 ‘김치 생장고’였다. 최초의 토종 가전제품인 김치냉장고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김치냉장고는 연관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선 김치 보관이 쉬워지면서 포장김치 시장이 더욱 활성화됐다. 또한 가전의 ‘파생’ 현상을 이끌어 쌀저장 냉장고, 반찬 냉장고 등이 뒤따라 나왔으며 화장품 냉장고와 와인냉장고 등 다양한 기능성 냉장고가 나오는 자극제가 됐다. 배추값이 급등하는 장마에 앞서 김치를 담그는 ‘여름 김장’이 나온 것도 김치냉장고가 나온 이후 생겨난 생활 풍속도다.
토종가전 1호 딤채 첫 별칭은 ‘김치냉장고’
보관→숙성→분리숙성→웰빙저장고 ‘진화’
시장 날로 커져 작년 140만대 · 1조원 규모
포화상태 따라 고급화 · 용량 키우기 바람
■시장 포화로 ‘고급화’ 바람=첫해 18억원, 판매대수 4000대에 불과했던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는 96년 2만대, 98년 20만대, 2001년 120만대, 지난해 140만대로 커졌다. 금액면에서는 1조~1조1000억원의 시장이다. 양문형 냉장고나 세탁기 시장보다도 크며, 에어컨 시장에 맞먹는 규모이다.
제조업체들은 이제 시장이 포화상태이므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점점 더 고급화하면서 용량을 키우고 있다. 김치별 숙성기능, 다른 음식 저장기능, 냉동고 기능에다가 인테리어 기능을 추가했다. 주 용량대는 2000년 130ℓ대에서 2002년 150ℓ대, 지난해 180ℓ대로 계속 올라갔다. 최근에는 200ℓ대 제품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고 250ℓ 짜리까지 나왔다. 가격 역시 140만원대 이상이 보통이고 최고급 제품은 200만원에 육박해 최고급 양문형 냉장고 수준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가격 150만원 이상, 용량이 180ℓ 이상인 프리미엄급 김치냉장고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위니아만도의 경우 2003년 전체 판매량의 16%였던 프리미엄급 비중이 지난해 24.2%로 높아졌고 올해는 30%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프리미엄급인 ‘하우젠’의 비중이 해마다 빠르게 커져 지난해 40%에 이르렀고, 올해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년 전만해도 보급형만 판매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경우 요즘에는 고급형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고급화·대형화 바람은 소비자 욕구에 따른 것이긴 해도 업체들이 부추기는 측면도 강하다. 서울의 한 전자상가 점포 주인은 “기능면에서 볼 때 보급형과 고급형의 차이는 가격차만큼 크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지금 김치냉장고를 사라고 한다면 굳이 프리미엄급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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