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7 20:47
수정 : 2008.04.07 23:00
|
김용철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검 기자실에서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 회원들과 함께 특검의 비자금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삼성증권 1300개 계좌에 주식
증여세만 1조원대 육박
삼성생명 주식 324만주
실명화땐 세금 1조 넘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원들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주식과 계좌를 보유했다고 일부 시인함에 따라, 삼성 특별검사팀이 이 회장에 대한 조세 포탈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막대한 주식이 차명주식으로 밝혀지면, 이 회장은 많게는 수조원대의 세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보여 수사의 결론이 주목된다.
특검팀이 차명으로 결론 낸 이 회장 재산은 삼성증권에 개설된 1300개 계좌에 든 주식과 삼성생명 주식 324만주(16.2%)다.
삼성증권에 개설된 1300개 계좌의 경우, 이름을 빌려준 임원에게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보면, 이름을 빌려준 이가 주식을 취득한 날에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당시 시가로 평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이 계좌는 주로 1997년 이후 개설돼 과세시효가 지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증여세를 매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계좌에 든 주식 규모가 알려진 대로 2조∼3조원대이면, 증여세만 1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름을 빌려준 이들이 세금을 못 내면 이 회장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이 1300개 계좌의 경우 주로 삼성전자 주식만 거래했는데, 이 점이 오히려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총 발행 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하거나,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 소유한 대주주의 경우 주식을 거래할 때 연간 2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 회장이 여기에 해당돼 결과적으로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셈이 됐다. 연간 포탈 세액이 10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죄로 기소되고, 포탈 세액의 2∼5배의 벌금이 함께 부과돼 ‘벌금 폭탄’을 맞게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씨도 이 법에 따라 150개 차명계좌로 자금 세탁을 통해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바 있다. 김영희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비자금 수사와는 별개로 이 회장이 세금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현직 임원들 이름으로 된 삼성생명 주식 324만주는 80년대 중반에 차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실명화할 때도 이 회장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99년 이 회장이 삼성차 채권단에 제시한 삼성생명 주가인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하면 세금은 1조2천억원까지 불게 된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98년 12월 전·현직 임원 35명한테서 사들인 삼성생명 주식 299만5200주도 차명주식으로 보고 있다. 98년 12월31일까지 차명을 실명화한 경우 증여세를 면제해 줬지만, 지나치게 낮은 가격인 9천원에 거래해 과세 부담을 일부러 회피하려 한 것으로 판명나면 이와는 무관하게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 이때도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하면 세금은 1조원대에 육박한다. 참여연대 김경률 회계사는 “차명주식 등에 정상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세금 액수만 따져도 3조원대에 육박하는데, 국세청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세금을 부과할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