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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7 23:02 수정 : 2008.04.07 23:02

회장님 따라 더욱 당당해진 이해규 삼성중 전 부회장

“고자질쟁이(김용철 변호사) 때문에 국회부터 공무원까지 고생하고 이럴 가치가 있나.”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검팀 사무실을 찾은 한 노신사가 몰려든 기자들을 꾸짖듯 목소리를 높였다. 두달 전에도 특검팀에 출두했던 이해규(67)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이었다. 당시 금빛 훈장을 차고 중절모에 두루마리 차림으로 나온 그는 “뭐 하나만 묻자. 삼성특검이 중요한가 이명박 특검이 더 중요한가. 이명박 특검은 국운이 달린 건데 …”라고 일갈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목에 건 금탑산업훈장은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우리들에게 어찌 손가락질을 하느냐’는 훈계를 하는 것 같았다.

이건희 회장의 돈을 넣어둔 계좌에 이름을 빌려주거나 이름이 도용당한 다른 전·현직 임원들이 카메라 세례에 당혹해하며 한결같이 입을 꾹다문 채 조사실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오른 것과는 사뭇 달랐다.

두달 만에 다시 조사받으러 나타난 이 전 부회장은 더욱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그는 “만약 차명이 사실이라면 이는 오랫동안 삼성이 못 푼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차명계좌 보유를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적어도 내가 근무할 때는 차명계좌가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이 ‘떳떳하게’ 차명계좌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이틀 전 이 회장이 특검 출석 때 보인 태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 걸(삼성이 범죄집단이라는 평가) 옮긴 여러분들(기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조사실로 갔던 이 회장은 귀가하면서는 혐의의 일부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특검팀 조사에서 이 회장은 차명계좌의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를 인정한다는 ‘회장님의 방침’이 정해지니, 이 전 부회장도 차명계좌를 인정하고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는 투로 그 당당함을 다시 한 번 과시한 것이다. 기러기떼가 방향을 틀듯.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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