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9 21:08
수정 : 2008.04.0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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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휴대폰 대출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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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600% 이자에 사기까지 피해자 줄이어
사채업체, 생활정보지·포털서 버젓이 광고
대기업 입사를 앞두고 있는 대학생 박진서(가명)씨가 날벼락을 맞은 건 지난 3월이었다. 생활정보지에서 ‘핸드폰 대출’ 광고 문구를 본 게 화근이었다. 학생 처지에선 급히 필요한 가족입원비를 마련할 방법이 달리 없었다.
광고를 보고 찾아간 대부업체에서는 50만원에서 선이자 10만원을 떼고 40만원을 내줬다. “석달뒤에 전화요금이 100만원 정도 나가는데 그것만 내면 끝”이라는 말을 순진하게 믿고 휴대폰 8대를 개통해 업체에 넘겼다. 한 달 뒤 날아온 요금청구서를 보고 박씨는 까무러칠 뻔했다. 에스케이텔레콤 380만원, 케이티에프 120만원 등 전화 요금이 500만원에 이르렀다. 법정 한도(49%)를 훌쩍 넘는 연 600%의 이자를 물어야하는데다 사기까지 당한 것이다.
변형된 고리 사채 ‘핸드폰 대출’이 생활정보지나 포털 사이트를 고리로 성행 중이다. 약탈적 이자율에 사기 수법까지 더해져 박씨같은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이른 바 ‘휴대폰 깡’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대출은 전화로 사이버머니 등을 소액결제(한달 한도 15~20만원)하게 하고 현금을 송금받는 방식이다. 대부업자는 이 사이버머니를 할인 매각해 차익을 챙긴다. 채권 추심을 이동통신사가 대신 해주는 셈이다. 이런 수법은 3월말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법(제72조)에 따라 불법이며, 3년이하 징역형을 받게 돼 있음에도 일부 포털사이트까지 이를 조장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휴대폰 대출’이라고 열쇳말을 입력하고 성인인증을 거치면 10여개의 대부업체 홈페이지가 곧바로 뜬다. 기자가 직접 상담을 신청하자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만 알려주세요. 15만원 결제하시면 9만2천원에서 10만원 사이 송금입니다”라는 메시지를 5분만에 받을 수 있었다. 연 300%가 넘는 고리사채로, 대부업법 위반이다.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안웅환 유사금융조사반장은 “포털사이트 쪽은 ‘프리미엄 링크’라며 광고비를 받을 뿐이지만 불법행위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자기 이름으로 핸드폰을 개통해 사채업자에게 넘기는 건 특히 위험천만하다. 사채업체가 이를 불법 체류자 등에게 ‘대포폰’(다름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으로 팔아 넘길 경우 수백만원의 국제전화 요금이 청구될 수도 있다.
송태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사무처장은 “소액결제든 전화기를 통째 넘기는 것이든 ‘핸드폰 대출’은 모두 불법인데도 사정이 급하고 순진한 사람들의 피해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일단 이런 일을 당했으면 곧바로 휴대전화를 정지시키고 경찰에 고발하거나 상담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02-867-8020, 8022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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